당신도 `스마트 아일랜드族`?

#1 일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김선영 씨(가명ㆍ30ㆍ여). 자신의 결혼소식을 알리기 위해 얼마 전 오랜만에 귀국해 단짝처럼 지냈던 대학 동창생들을 만났다.

즐겁게 수다를 떨고 싶었지만 몇 분이 지나자 대화가 끊어져 버렸다. 각자 테이블 위에 올려둔 스마트폰 화면이 끝없이 반짝거렸고, 트위터나 카카오톡 문자에 실시간으로 응답하는 시간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김씨는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메시지를 확인하느라 대화가 계속 끊어진 데다 답문을 보내는 친구를 서로 기다려주느라 대화가 아예 중단되기도 했다"며 "물리적으로 한곳에 같이 있는데도 서로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뿔뿔이 흩어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2 취업준비생 이의진 씨(가명ㆍ26)는 올 초 큰맘 먹고 스마트폰을 구매했다.

취업 스터디그룹 멤버들이 스마트폰으로 수시로 기업 채용 정보를 확인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을 보며 정보 싸움에서 밀리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이씨는 다른 고민에 빠졌다. 사람 만나는 것 좋아하던 그가 조금 과장해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될 처지에 놓인 것. 이씨는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직접 만난 느낌이 들어 굳이 따로 만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집에 있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게임에도 재미를 붙인 그는 "이러다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대화가 사라지고 있다.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대화보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문자대화를 더 많이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SNS로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주고받지만 사람들을 직접 대하는 자리에선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이른바 `스마트아일랜드(Smart Island) 족(族)`의 등장이다. 스마트기기를 들고 소통하고자 하지만 사실은 `고립된 섬`처럼 되는 사람들이다. 스마트폰 이용자 1000만명 시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암(暗)인 셈이다.

스마트아일랜드족은 스마트폰과 SNS 사용 비율이 높은 젊은 층에서 더 많다. 점심식사 후 들른 커피전문점에서도 직장동료나 친구들끼리 마주 앉아 대화를 하기보다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끝없이 `터치`하는 사람들이 쉽게 발견된다.

직장인 윤수연 씨(28ㆍ여)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각자 SNS에 집중하느라 대화가 끊기면 처음에는 서로 기다려주긴 하지만, 상황이 계속되면 좀 짜증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현아 씨(29)는 "스마트폰 때문에 남자친구와 얼마 전 크게 다퉜다"며 "남자친구가 트위터, 페이스북에 푹 빠져 사람을 앞에 두고도 얼굴 한 번 안 본 폴로어들과 얘기하는 걸 더 좋아하는 것 때문에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남자친구가 옆에 있는데도 없는 듯한 묘한 느낌마저 든다"고 한숨을 쉬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온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혼 남녀 2명 중 1명이 `스마트폰으로 애정전선에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스마트아일랜드를 기술 발전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현상으로 해석하면서 온ㆍ오프라인 소통이 병행해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현 건국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스마트폰 기능을 활용해서 지속적인 재미를 추구하려는 욕구가 커졌다"며 "스마트폰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커넥션이 용이해지면서 바로 앞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과 연결된 다른 사람과 소통 또한 일관되게 유지하려는 욕구도 커진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에게 사이버 공간은 실세계 못지않게 중요한데, 그런 공간에서 자신이 혹시라도 소외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는 대면적인 인간관계가 약화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온ㆍ오프라인상 소통이 병행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고승연 기자/임영신 기자/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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