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체 지방은행의 IT예산은 2265억원으로 1995억원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13.5% 늘어났다. 전체적으로 가장 많은 IT예산을 책정한 곳은 부산은행(717억원)이다. 부산은행은 내년 초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인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올해 IT전략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다.
두 번째로 많은 예산을 책정한 대구은행(600억원) 역시 차세대시스템의 성공적인 오픈과 변화관리를 통한 시스템 조기 안정화를 올해 주요 사업으로 꼽고 있다. 경남은행은 올해 차세대 프로젝트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며 광주은행은 가상 데스크톱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전북은행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엔터프라이즈아키텍처(EA) 컨설팅을 통해 목표(to-be) 아키텍처를 수립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위한 이행과제를 도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하드웨어 관련 인프라 확충에 집중했던 제주은행은 올해 소프트웨어 인프라 확충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부산·대구은행 ‘차세대 성공적 오픈’에 사활=부산은행의 IT전략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IT자회사 설립에 대한 계획이다. 부산은행은 지주사 출범 이후 IT자회사 설립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부산은행의 IT자회사는 소규모 외부 전문인력 중심으로 우선 출범할 예정이지만 향후에는 지역 중소기업들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수익 사업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IT자회사 설립의 가장 큰 목적은 통합구매 등을 통한 비용절감과 4개 자회사의 시너지 효과 창출에 있다. 부산은행은 현재 IT자회사의 구체적인 운영 방안과 지주사 내 역할을 정의하고 있다.
IT자회사 설립 외에 부산은행의 대표적인 IT프로젝트로는 통합커뮤니케이션(UC), 모바일 오피스, 차세대시스템 구축 등을 들 수 있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10월 마무리한 UC 사업을 통해 은행의 중추신경이라 할 수 있는 네트워크 및 통신망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콜센터 시스템의 재구축과 본부와 지점 간의 통합통신망 구축, 인터넷전화 도입 등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대고객 서비스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지난해 7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지급하고 모바일 오피스를 구축해 일부 업무에 적용하고 있는 부산은행은 향후 고도화 사업을 통해 적용 범위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는 데스크톱가상화(VDI)를 콜센터와 연수원에 시범 적용하는 프로젝트도 계획돼 있다.
정호 부산은행 IT기획부장은 “가상 데스크톱을 통해 시스템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그린IT 구현이라는 사회적 이슈에도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은행 중 가장 먼저 차세대시스템을 오픈할 예정인 대구은행은 차세대 시스템의 완성도 강화 프로그램과 변화관리를 통한 시스템의 조기 안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정보계시스템 고도화도 계획돼 있다.
대구은행 최고정보책임자(CIO)인 정영만 IT본부장은 “비대면 채널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다양한 채널에 대한 시스템을 통합하고 여러 운용체계와 웹브라우저를 수용할 수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2005년부터 가상화 기술을 적용해 왔으며 2009년엔 유닉스서버 가상화를 추진하는 등 신기술과 환경 변화에 선제적 대응능력을 갖춘 게 대구은행 IT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경남은행-차세대, 광주은행-단계별 개선 주력=경남은행은 상반기에 컨설팅 업체를 선정해 차세대 프로젝트를 위한 행보를 시작할 예정이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요구되는 IT지원 기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남은행 IT관계자는 “차세대 프로젝트 외에 향후 영업점의 후선업무 경감을 위한 후선업무집중(BPR) 시스템과 비대면 거래채널 활성화를 위한 인터넷뱅킹 개편 작업이 예정돼 있다”고 소개했다.
경남은행은 또 금융감독원의 요구를 충족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지방은행 최초로 금융감독원 내부등급법을 승인받을 계획이다. 내부등급법은 신용평가시스템을 이용해 은행 자체적으로 자기자본(BIS) 비율을 산출하는 것을 말하며 이를 통해 대외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경남은행은 그룹 IT자회사인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이 IT를 전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 기술인력을 보유한 것이 강점”이라며 “특히 장애대응 부문에서는 탁월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남은행과 함께 우리금융정보시스템에 IT운영을 일임하고 있는 광주은행 역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IT인력이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효율적 IT아웃소싱과 효과적인 서비스수준협약(SLA) 유지는 광주은행이 지속적으로 신경써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광주은행은 현재 가상 데스크톱 구축과 온라인거래 채널의 프로세스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온라인거래 채널의 프로세스 개선은 광주은행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영업점 단말서버(BP) 시스템의 센터통합과 이중화를 핵심으로 하는 이 사업은 온라인거래 채널의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이중화해 무중단 시스템 구현을 목표로 한다.
광주은행은 이외에 금고관리시스템과 차량형 이동점포를 구축하고 노후시스템을 교체할 계획이다.
◇전북·제주은행, 전반적 IT인프라 고도화 추진=전북은행의 당면 과제는 경영과 비즈니스 전략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IT인프라 구축이다. 1997년 구축한 현 시스템이 장기간 신규 개발과 유지보수로 인해 개선 요소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진행한 진단컨설팅과 현재 추진하고 있는 EA컨설팅에 이러한 요구사항을 반영해 해결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올해 8월께 마무리되는 EA컨설팅을 통해 향후 IT시스템 개선에 대한 마스터플랜과 단계별 추진 전략을 수립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전북은행은 EA컨설팅 외에 다양한 정보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이달엔 IP 기반 콜센터시스템과 사내전화망 구축이 마무리된다. 고객 응대와 마케팅 기능을 강화하고 직원들의 업무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를 기반으로 통합커뮤니케이션(UC) 환경도 구축할 계획이다.
내년 2월까지 전사데이터웨어하우스(EDW)와 캠페인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종합수익 및 성과관리시스템 재구축 사업도 같은 시기에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3개 사업은 모두 지난달 동시에 시작됐다.
올해 소프트웨어 인프라 확충에 맞춰 예산을 편성한 제주은행은 고객관계형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향후에는 직원의 IT생산성 향상을 위해 통합단말 시스템을 재구축하고 채널통합 시스템을 새로 구축할 계획이다. 또 업무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한 이미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도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IT부문의 보안 강화를 위해 신한금융그룹과 연계해 공동으로 정보보안 관리체계 국제표준인 ISO27001 인증도 받을 예정이다. 제주은행은 이달 컨설팅업체 선정을 거쳐 연내 인증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영묵 제주은행 IT지원부장은 “신한금융 계열사와 협력해 비용을 절감하고 그룹 전체에 일관된 보안 정책을 적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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