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원조 `시그네틱스`, 패키지 전문기업으로 `부활`

반도체 원조 `시그네틱스`, 패키지 전문기업으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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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66년 외국자본으로 설립된 국내 최초의 외투법인이자 국내 첫 반도체 기업인 시그네틱스가 반도체 패키지 산업 부흥을 선언했다.

 김정일 시그네틱스 대표는 “올해 전년 대비 46% 이상 늘어난 3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라며 “고객을 다변화하고 비메모리 패키지 사업 비중을 높여 매출과 손익 두 마리토끼를 잡겠다”고 4일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년 대비 20% 증가한 2387억원의 매출과 2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도체 패키지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적자를 기록하거나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 2009년에도 드물게 매출성장세를 이어갔다. 이 여파를 몰아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됐다.

 시그네틱스가 올해 이처럼 높은 매출 성장률을 자신하는 이유는 새로운 고객군을 대거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삼성전자, 하이닉스, 브로드컴, 오디언스, 아테로스 등이 주요 고객이었으나 올해는 TI, 도시바, 소니 등이 새로운 고객으로 계약을 체결했거나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 또 지난 1월 아테로스를 인수한 퀄컴도 새 고객군에 포함됐다. 이렇게 신규고객 확보에 성과를 거둔 것은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국내 패키지 업체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됐다. 전략적 파트너는 삼성전자가 개발중인 신규패키지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기업으로 그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이와 함께 패키지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김정일 사장의 인맥도 한 몫을 했다. 김 사장은 IBM왓슨 연구소에 입사한 이후 LG반도체, 앰코테크놀로지 총괄 부사장 등 30년간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만 집중해왔다. 그러다보니 전세계 반도체업계와의 친분도 깊다. 김 사장은 “아테로스가 퀄컴에 인수되자 퀄컴 측에서 먼저 전화해 `다시 거래하게 돼 기쁘다`고 연락이 왔다”며 “고객과의 관계가 중요함을 새삼 인식했다”고 말했다.

 고객 확대에 따라 현재 공장을 증설중이며 연내 핵심장비인 와이어본더만 100여대 이상을 투자키로 했다. 시그네틱스는 팹리스 사업 진출도 검토중이다. 김 사장은 “몇개 업체가 지분 투자를 제안했으며 검토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고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패키지 비용이 비싸더라도 기술력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지불할 의사가 있는 만큼 패키지사업은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일본 지진여파로 불투명성은 있지만 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