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HTC라는 기업을 잘 알고 있나요?”
수많은 대만 취재원들이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물론 잘 알고 있지요. HTC는 스마트폰 제조 기업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하죠’라고 대답하면 그들은 흐뭇한 미소를 보인다. 마치 외국인들에게 삼성, LG가 한국기업이라고 자랑하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HTC는 ‘스마트빅뱅’을 기회로 삼아 대만에서 ‘스타기업’으로 부상했다. 불과 4~5년 전에 HP의 주문자제조생산(OEM) 기업에 불과했던 HTC가 이렇게 큰 명성을 얻게 되리라고 생각한 대만인은 아무도 없었다.
HTC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자체 브랜드로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해 성공했다. 삼성, LG 등 글로벌 브랜드를 부러워하는 대만인들의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된 셈이다. 대만 최대 기업인 폭스콘조차 해내지 못한 일이다. HTC의 창업자인 여장부 왕쉬에홍은 지난해 폭스콘 회장인 꾸오 타이밍을 제치고 대만 최대 거부 자리에 올랐다.
대만은 지금 HTC의 성공 이야기에 열광하지만, 한편으로는 전자제품제조전문기업(EMS) 업체들의 부진에 고민하고 있다. 스마트폰, 스마트패드의 등장으로 대만의 주력산업인 노트북, 넷북 시장 성장이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EMS를 제외한 대만 중소기업들은 경영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스마트 빅뱅은 IT기업에 많은 기회를 가져다줬지만, 반대로 치열한 경쟁도 촉진했다.
에이서, 아수스 등 대만 노트북 제조업체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스마트패드 신제품을 대거 출시할 계획이다.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과 대만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반면 국내 부품업체들은 스마트 빅뱅을 계기로 중화권 기업들과 신규거래를 확보할 수도 있다. 경쟁과 협력을 오가며 한국과 대만 두 나라가 세계 IT시장에서 건전한 경쟁자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