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번개, 오로라, 정전기, 그리고 반도체의 공통점은?
모두 플라즈마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플라즈마는 원자의 핵과 전자가 끊어진 상태로 존재하는 전기입자 덩어리이다. 고체나 액체, 기체상태가 아니어서 제4의 물질이라고도 부른다.
태양과 번개, 오로라, 정전기 모두 이러한 플라즈마 상태의 물질이다. 또 반도체 공정에서는 플라즈마없이 생산성과 친환경적인 조건을 맞출수 없을 정도로 필수적이다. 삼성전자 기흥 사업장에서 만드는 반도체 공정의 70%이상이 플라즈마와 관련돼 있다.
플라즈마는 고열을 만들어내는데 유용하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주목받고 있는 방사성 물질을 고열로 녹이거나, 3000℃이상의 고열이 필요한 폐기물 소각, 1만℃ 이상의 고온이 필요한 플라즈마 용접 등에 활용된다. 그러나 제조원가가 비싸다는 게 단점이다.
최근엔 에너지와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과학기술계가 다시 ‘플라즈마’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00년 초만 해도 플라즈마 관련 기술은 고가의 제조비용 때문에 상용화가 어려움이 많았다. 요즘엔 화석연료의 환경파괴와 고유가 등으로 인해 플라즈마 관련 공정이 ‘경제성’에 접근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국가핵융합연구소 융복합플라즈마연구센터(센터장 유석재)가 플라즈마의 응용을 위한 기초, 원천연구의 선두주자다. 국가핵융합연구소가 플라즈마를 연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핵융합의 핵심이 태양처럼 플라즈마이기 때문이다.
융복합플라즈마연구센터의 대표적인 연구 과제로는 질이 낮은 무연탄을 가스로 만드는 스팀플라즈마 토치 기술을 꼽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수입중인 유연탄의 10%가격에 불과한 무연탄에서 가스를 뽑아낸다면 그 가치는 상상도 할수 없을 만큼 커진다. 과제는 오는 2018년까지 3단계에 걸쳐 연구를 진행한다.
이 과제에는 KIST와 에너지기술연구원, 고려대, 한동대, KC 코트렐, 플라즈닉스 외에도 인도 IISc가 참여하고 있다.
태양전지의 에너지 효율을 궁극적으로 60%까지 끌어올릴 제3세대 태양전지도 개발중이다. 단기목표는 오는 2013년까지 단결정 실리콘 기판위에 양자점 태양전지의 효율을 25%까지 달성할 계획이다.
플라즈마로부터 중성입자 빔을 발생시켜 재료를 가공하거나 대기압상에서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장비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제작 기술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의 이온애칭을 중성빔으로 대체할 경우 식각에 손상이 거의 없고, 대기압 플라즈마를 이용하기 때문에 저비용으로 대면적 유리기판 처리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는 것.
LED 및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조명 기술은 중성자빔을 이용해 저온에서 고품질 유·무기 다층박막을 형성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이 기술이 성공하면 현재의 가로, 세로 2인치당 단가가 3만원 가량하는 사파이어 기판을 거의 비용이 안들어가는 유리로 대체할 수 있다.
이외에도 LG화학과 현재의 탄소 음극 전극보다 10배정도 저장용량이 큰 실리콘 전극의 리튬이온 2차전지를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토양오염 복원기술과 자동차의 플라즈마 배기가스 처리장치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융복합플라즈마연구센터 조성윤 사업운영실장은 “플라즈마 기술이야말로 그린테크놀러지의 대표주자”라며 저급탄을 가스화하는 부문에서 연구소 기업도 탄생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센터는 전라북도 군산으로 이전한다. 오는 8월 군산시 오식도동 6만 1694㎡의 부지에 7535㎡규모로 건물을 완공하고, 9월부터 단계적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1단계로 본관 및 연구동, 기숙사가 건립되고, 2단계 사업으로 플라즈마 빔연구동, 원천기술연구동 등이 들어서 플라즈마 상용화 연구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