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일단.’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다는 말이다. 전자신문은 사흘에 걸쳐 10명의 전문가를 섭외해 ‘3DTV 전문가 평가’를 진행했다. 결과는 일장일단으로 압축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삼성 ‘셔터글라스(SG)’ 방식과 LG ‘편광필름패턴(FPR)’ 방식의 특성이 달라 한쪽의 손을 들어 주기가 어렵다는 게 결론이었다.
정말 그럴까. 2시간 넘게 ‘몰입해서’ 3DTV를 살펴본 결과, 간판 TV업체답게 화질과 사용성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대부분 평가에서 두 제품 모두 ‘우수(Good)’ 이상의 좋은 점수를 받았다. ‘글로벌 TV명가’라는 찬사가 빈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솔직히 1% 부족했다. 미흡한 면도 많았다. 두 회사가 내세운 강점은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반대로 이를 뒤집어 상대 제품을 보면 단점, 즉 아킬레스건이었다.
3D화면의 핵심인 입체감과 화질은 사실 전문가도 입장이 갈릴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색감·명암비·휘도·계조 등이 달라 정답을 찾기가 힘들다. 화질과 입체감에서 별 차이가 없는, 더 정확하게 말하면 구분하기 힘들다는 결론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론이었다.
남은 하나는 사용 편의성이다. 화질 못지않게 TV를 선택하는 중요 항목이다. 얼마나 자연스럽고 편안한 TV시청 환경을 주느냐가 핵심이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할 점은 TV를 보는 거실 환경이 기존 3D의 주요 무대였던 영화관과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우선 몰입 정도가 크게 떨어진다. TV를 보는 중간에 집안일을 챙기고 다른 일을 보는 경우가 흔하다. 앉아 있다가 일어서기도 심지어 누울 수도 있다. 상하좌우 시야각이 넓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먼저 LG제품. LG의 자랑대로 수평으로 보는 입체감은 우수했다. 식구가 많은 인도에서 LG 3D제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한다고 자랑할 정도로 강점이 있었다. 좀 과장해 누워서도-물론 소파라는 한정된 공간이지만-입체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좌우가 아닌 상하로 조금 시야각을 튼다면 상황은 달라졌다. 입체감이 확연히 떨어졌다. LG FPR 방식의 한계였다.
삼성 제품. SG가 갖는 특징 때문인지 LG에 비해 다소 어두웠다. 반면에 화면 해상도는 뛰어났다. 그러나 지나친 입체감 때문인지 TV와 주변 화면을 번갈아 볼 때 번짐 현상이 나타났다. 상하좌우에서 보았을 때는 입체감이 LG에 비해 우월했다. 반면 누우면 화면이 어두워졌다. LG가 누워서도 본다는 점을 강조한데는 나름의 마케팅 포인트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안경. 안경은 LG가 강점으로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안경을 쓴다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 기자는 참고로 안경을 쓴다. 안경 위에 다시 안경을 쓴다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안경을 쓰지 않은 사람에게 물어 보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안경 무게 차이는 두 번째 문제였다. 안경을 쓴다는 것 자체가 맨눈으로 TV를 보던 사람에게는 충분히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이었다.
결국 삼성과 LG 3DTV는 지금까지 강점만을 내세웠지만 약점도 많은 상황이다. 만약 소비자가 제품을 산다면 이전에 보지 못했던 단점을 볼 수밖에 없다. 굳이 단점을 떠벌릴 필요는 없겠지만 소비자는 정직하다. 그만큼 실망감도 커지고 삼성과 LG 브랜드를 떠나 전체 3DTV 수요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게다가 부족한 3D 콘텐츠는 여전히 풀어야 할 난제다. 그만큼 지금 온 길 보다 앞으로 갈 길이 더 남아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삼성과 LG는 글로벌 TV시장을 주도하는 간판선수다. 좁은 국내보다는 글로벌 시장이 진짜 경쟁 무대다. 다행이 유통업계에 따르면 3DTV 판매량이 최근 크게 늘어난다는 소식이다. 극장에 불었던 3D 붐을 가정으로 옮기는 게 관건이라면 일단 ‘관심 끌기’는 성공한 셈이다.
3DTV가 노이즈 마케팅에 따른 ‘반짝 수요’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더 보완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시장이 크기 위해서는 경쟁이 필요하다. 때로는 건전한 감정싸움도 좋은 자극제가 된다. 그러나 제살깎기식의 소모적인 논쟁은 무의미하다. 전체 3D산업을 위해, 세계무대에서 뛰는 글로벌업체 입장에서 생산적인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