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우체국 등 금융권의 벤처투자에 대한 규제 완화작업이 국회 차원에서 추진된다.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벤처기업의 자금난 해소가 목적으로 그동안 벤처펀드 출자에 소극적이었던 금융권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금융권이 ‘리스크 테이킹(위험 떠안기)’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 규제 완화 효과에 대한 의문 목소리도 나온다.
6일 관련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정희수 한나라당 의원(국회 일자리만들기특별위원회 간사)은 은행·보험사의 벤처펀드에 대한 투자규모 확대와 우체국 예금자산의 벤처펀드 투자 근거 마련 등을 골자로 한 ‘은행법’ ‘보험업법’ ‘우체국 예금·보험에 관한 법률(우체국예금보험법)’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보험업법 개정안에는 관련 금융사들이 벤처펀드에 대한 투자제한을 현행 15%에서 40%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예컨대 현재 100억원 벤처펀드 결성시 은행 또는 보험회사는 현재는 15억원까지만 출자할 수 있는데 이를 4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우체국예금보험법 개정안에는 50조원이 넘는 우체국 예금자금 운용대상에 벤처펀드를 포함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우체국예금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올라가 소위원회에서 논의를 앞두고 있으며 은행법과 보험업법도 이번 임시국회 중에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정희수 의원실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해 내년 초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희수 의원실측은 “벤처가 일자리 창출능력이 우수하고 국가경쟁력과 성장잠재력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개정안 발의 취지를 밝히며 “(의원들의) 반대가 나올만한 법안이 아니어서 국회가 제대로 열린다면 내년에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은행·보험사들 펀드의 주요 LP(투자자)가 되고자 해도 지금까지는 (규제 때문에)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법이 개정되면 이들의 투자 확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들 금융사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보호 장치가 없다면, 개정의 큰 효과를 보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한 자금운용 담당자는 “투자는 시장상황, 목표수익률 그리고 리스크(위험률)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 벤처펀드는 위험도를 볼 때 가장 위험한 투자대상”이라고 이번 법 개정 효과에 의문을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금융권의 벤처투자를 촉진하려면 위험을 감소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현재 벤처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수익률이 직접투자보다 떨어진다”면서 “지분 한도를 올려주더라도 쉽게 투자를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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