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태블릿PC)가 다른 모바일 기기를 통합하는 추세지만 무작정 합쳐진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전문적인 목적으로 태어난 각각의 디바이스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비슷한 가격이라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하나의 대표 기기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여기서 전자사전의 고민은 시작된다. 어떻게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의 틈바구니에서 차별화를 가질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아이리버 딕플 D2000 콰트로는 이런 고민의 산물에서 태어난 물건이다. 휴대성을 고려한 적절한 크기와 스마트폰 못지않은 기능, 그리고 질좋은 학습 콘텐츠를 갖추는 등 전자사전 종결자가 되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디자인부터 살피면 본체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애플 노트북을 축소시켜 놓은 것처럼 깔끔하고 얇다. 4.8인치의 비교적 큰 화면과 쿼티 키보드를 지원하면서도 14.8mm의 얇은 두께가 만족스럽고 무게(268g)도 적당하다.
다만 베젤이 넓어 몸체가 생각보다 큰 것은 아쉽다. 그래서 부정적으로 본다면 외장하드와 비슷한 디자인처럼 보인다. 크기가 조금만 더 작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키보드는 상당히 크고 직관적이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가 절대로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다. 디스플레이도 뛰어나다. 800×480 해상도의 와이드 패널을 채택했는데 굳이 전자사전에 이 정도까지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좌·우 시야각도 훌륭하고 선명하다.
선명한 디스플레이를 공부용도로만 쓰기에는 아깝게 느껴졌는지 강력한 동영상 능력을 탑재하고 있다. 720P HD영상은 물론이고 1080P 풀HD 파일을 재생해 내고 DTS 코덱을 지원하며, HDMI 인터페이스까지 갖추고 있다.
UI도 깔끔하다. 애플 ‘iBooks’에서 살짝 참고한 UI는 체계적으로 정리된 느낌이고 반응도 전자사전치고는 빠르다. 기존 감압식 터치스크린에서 느껴지던 답답함도 많이 사라졌고 스타일러스 펜까지 지원하므로 조작하면서 불편함은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전자사전의 가장 중요한 점은 부가기능이 아니라 바로 학습 콘텐츠다.
딕플 D2000 콰트로는 국내 1위의 전자사전 업체답게 143종의 콘텐츠를 담았다. 게다가 영어공부를 금방 끝내고 휴식을 취할 것을 우려해서 러시아어 사전과 중국어 중중사전을 새로이 탑재했다.
학습 콘텐츠 외에 검색 방식도 훌륭하다. 모델명 뒤에 붙은 ‘콰트로’는 숫자 4를 뜻하는데 검색시에 영한, 영영, 유의어, 용법 사전 등 4가지 검색 결과를 한 화면에 모두 보여주는 기능으로 매우 유용하다.
단점이라면 역시 가격. 8GB 버전이 30만원 중반대로 사전 콘텐츠 공간을 제외하면 1GB 남짓밖에는 남지 않는다. 따라서 대부분의 소비자가 40만원대의 16GB 버전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은데 가격이 저렴한 보급형 스마트패드에 육박한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를 경계하기 위해 너무 많은 옵션을 넣다보니 가격마저 경쟁관계가 되어 버린 듯 하다.
김정철 기즈모블로그 운영자 blog.naver.com/gizmo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