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생한 일본 대지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부품소재 산업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사태를 배제하면 올해 들어 부품소재 산업의 수출 증가세가 뚜렷한 편인데다 국내 기업 가운데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은 오히려 일본 기업이 장악했던 시장에 새롭게 진입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D램이나 낸드 플래시 같은 제품의 경우 일본 지진 여파로 PC 및 스마트패드, 스마트폰 기업들이 사실상 사재기에 나서면서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다만 일본 부품소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부분품·가공품 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7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1분기 우리나라 부품소재 수출은 일본 대지진과 리비아사태 등에도 불구하고 작년보다 18.3% 늘어난 610억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도 사상 최대인 2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시점은 지난달 11일. 1분기에 일본의 영향은 제한적인 가운데 수출과 무역수지는 호조가 뚜렷하다.
지경부는 일본 대지진이 단기적으로 부품소재 수출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1분기 대일 부품소재 수출은 34.5% 증가한 39억달러였고, 수입은 12.8% 증가한 97억달러였다. 대일 무역적자는 작년 동기보다 2억달러 증가한 58억달러로 집계됐다.
지경부 관계자는 “국내 부품소재산업 수출이 꾸준한 증가세였고, 일본 사태에 따른 상대적 수혜도 일부 가능할 전망”이라며 “일본 대지진의 직접적 영향권인 동북지역의 주력 품목은 철강과 석유화학 제품인데 이는 대부분 국내에서 국산화 대체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2분기까지 부품소재 수출 증가는 낙관적이며, 3분기 이후 일본의 전력수급 상황, 피해복구 진행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낸드 및 D램 고정 거래 가격이 일본 지진 발표 이후 3월 상승세로 반전된 데 이어 4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고객들이 혹시 모를 부품수급난을 우려, 주문을 늘렸다”며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공급을 더 늘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분기에 D램과 낸드 가격은 모두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에서는 국내 부품소재 업계의 재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기술력은 갖추고도 일본 브랜드에 밀렸던 기업들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반면에 일본에 대한 핵심 소재 의존도가 높은 기업체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기술진흥원 부품소재사업단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치는 없지만 수혜를 체감한다는 기업도 나오고 있고, 어려움에 봉착한 기업들도 감지되고 있다”며 “일본 사태가 부품소재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가운데 품목별, 기업별 득실은 상당기간 이후 구체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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