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동일본 대지진 사태를 겪으면서 부품 조달처 다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국내 조달 비중을 높이고 일본과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협력업체를 추가 확보해 부품 조달 리스크를 줄여나갈 것이다."
(설문 응답 기업의 52.5%)
매일경제가 동일본 대지진 한 달을 맞아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주성엔지니어링 등 53개 대ㆍ중소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본에 대한 부품ㆍ소재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움직임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응답 기업의 27.9%는 "국내 조달 비중을 높이겠다"고 답했고 16.4%는 "일본과 한국 외 다른 나라로 부품 조달처를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본 내 소싱 거점에 변화를 꾀하겠다는 응답도 8.2%에 달했다. 한두 개 핵심 부품만 제때 조달하지 못해도 완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을 비롯한 제조업체들이 부품 조달처 다변화를 가속화하면서 일본 의존도가 높았던 부품 산업지도에 지각변동이 생기고 있다.
이번 대지진 사태가 일본의 부품ㆍ소재 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48.1%는 "일본의 부품ㆍ소재 위상이 다소 약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7.4%는 "상당한 위상 약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본은 핵심 부품ㆍ소재의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반도체용 웨이퍼(60%), 세리아 슬러리(90%), 블랭크 마스크(88%), MLCC(50%) 등 여러 품목에서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왔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세계 1~2위 웨이퍼업체인 일본 신에쓰와 섬코의 생산 차질로 세계 4위 웨이퍼업체인 LG실트론에 웨이퍼의 추가 주문량을 긴급히 늘리는 한편 조달처 다변화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웨이퍼는 반도체의 핵심 재료다.
반도체 핵심 부품인 본딩와이어를 만드는 MK전자, 가전제품의 두뇌 기능을 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제조업체인 어보브반도체 등도 대기업들의 `한국 조달처 확대` 방침에 따라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어보브반도체는 지난주 기업설명회를 열어 올해 초에 발표한 사업계획을 재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쟁 회사인 일본의 도시바 등이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보면서 국내 업체들의 MCU 주문이 밀려들자 경영 계획을 바꾼 것. 이에 따라 매출액은 620억원에서 66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62억원에서 70억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대표는 "일본 지진 여파로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 문제가 생기고 올여름이면 일본의 전력난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일경제 황인혁 기자/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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