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약세를 보이던 D램값이 20일 새 6.59%나 상승하는 등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D램값이 바닥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염려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기관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1일 대표적 D램 제품인 DDR3 1Gb 1066㎒ 4월 전반기 고정거래 가격은 0.97달러로 지난달 22일 발표된 가격보다 6.59% 상승했다. 지난달 22일 발표된 고정거래가에 이어 두 번 연속 상승한 것이다.
고정거래가는 주요 업체들이 고객사에 D램을 공급하는 가격으로 한 달에 두 번 협상을 통해 변경된다. 11일 발표된 고정거래가의 직전 가격은 지난달 22일 발표된 값이다.
D램 고정거래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급 과잉 등으로 내림세를 보이기 시작해 지난달 초반까지 약세를 지속했다.
DDR3 1Gb D램 고정거래가는 작년 5월 2.72달러까지 올라갔으나 이후 내림세를 지속해 지난달 11일에는 0.88달러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3월 22일 0.91달러로 직전 거래가에 비해 3.4% 오른 데 이어 지난 11일에도 상승세를 탔다.
최근 발표된 고정거래가가 두 번 연속 상승하자 D램 가격이 상승세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D램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D램을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1분기에 바닥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며 "거시경제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2분기부터는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태블릿PC, 클라우드컴퓨팅 등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D램 제조사들이 관련 설비를 모바일 D램과 서버 기반 메모리 분야로 잇따라 재조정하고 있어 D램 공급 과잉이 해소되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동일본 대지진이 D램을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수급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염려도 가격 상승을 가속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엘피다를 비롯한 일본 D램 업체와 대만 업체 등이 동일본 대지진으로 부품ㆍ소재 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계속 제시돼 왔다.
반도체 주재료인 웨이퍼(실리콘을 얇고 둥근 원판 형태로 만든 뒤 여기에 전자회로를 새겨넣음)는 세계 1~2위 실리콘 웨이퍼 생산업체인 신에쓰와 섬코의 생산 차질로 부품 부족 현상이 가시화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는 일본 지진으로 실리콘 웨이퍼의 글로벌 생산량이 4분의 1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D램 가격 회복세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 업체 2분기 실적 회복에도 작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경제 김규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