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기자동차 전지로 4년후 LG 제치겠다"

◆막오른 전기차 전지 대결◆

삼성이 전기자동차용 전지(배터리)시장에 공격적인 출사표를 던지면서 LG화학과의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소형 2차전지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삼성과 LG가 차세대 전지시장으로 주목받는 전기차 배터리로 경쟁의 무대를 옮겨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사업의 출발은 LG가 삼성보다 몇 년 앞섰지만 삼성이 적극적인 투자와 글로벌 제휴를 바탕으로 맹추격하고 있어 치열한 1위 싸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두 그룹의 자동차 배터리 경쟁을 이건희 삼성 회장과 구본무 LG 회장의 뚝심 대결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하자마자 자동차용 전지를 포함한 5대 신수종사업을 발표했다. 그만큼 자동차 배터리사업에 거는 기대와 사업 의지가 크다.

구 회장은 지난 6일 충북 오창 테크노파크에서 LG화학 전기차용 배터리공장 준공식을 하고 글로벌 무대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이번 준공은 그룹 내 일부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구 회장이 20년간 인내심을 발휘한 끝에 맺은 결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에 따라 가장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며 값싼 배터리를 만들어야만 중장기적으로 휘발유 자동차를 대체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과 LG는 리튬이온 2차전지에서 쌓은 기술 노하우를 토대로 자동차용 전지 시장을 공략할 태세다. 공교롭게도 두 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개발 방식이 다르다. 삼성은 캔(can)형을, LG는 파우치(pouch)형을 채택하고 있다. 3D TV에서 삼성과 LG가 선택한 3D 기술 방식이 달라 두 그룹이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전기차 배터리도 기술 표준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배터리 셀이 과자봉지 모양인 파우치(pouch)형은 표면적이 넓어 열 발산이 쉽고 수명이 비교적 길다. 소량 다품종에도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파우치형에서 전지 내부 공간활용을 극대화한 스택 앤드 폴딩(Stack & Folding) 구조를 자체 개발해 특허기술을 갖고 있는 데다 강화된 분리막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와 보쉬 합작사인 SB리모티브는 스테인리스를 케이스로 사용한 깡통 모양의 캔(can)형 배터리 셀로 승부를 걸었다. 후발 주자로 나섰지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을 확인한 만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캔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SB리모티브 관계자는 "캔형은 초기 생산설비 비용이 많이 들지만 대량 생산을 하면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고 내구성과 가공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삼성과 LG의 전지 형태가 다르지만 어느 쪽이 좋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면서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양산돼 안전성 평가를 거치고 나면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과 LG의 전략에도 차이가 있다. LG화학이 독자적으로 배터리를 만들어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공급계약을 따내며 선점전략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넓히는 반면 삼성SDI는 독일 보쉬와 50% 지분 합작으로 SB리모티브를 설립한 뒤 글로벌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삼성과의 경쟁에서 번번이 밀렸던 LG는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에 그룹 운명을 걸고 LG화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LG화학은 오창 1공장에서 연간 10만대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 생산 설비를 갖췄다. 또 2013년까지 2조원을 투입해 국내외 4개 공장에서 생산량을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삼성도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LG가 글로벌 1위를 차지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 충전과 방전을 테스트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오기 힘들다"며 "시장에서 한국 기업 두 곳과 일본 기업 한 곳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일경제 황인혁 기자/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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