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반도체회사(IDM)는 5~6등을 해도 수익을 낼 수 있지만 파운드리는 승자가 시장을 독식합니다.”
4년 전, 박용인 동부하이텍 사장은 아날로그 등 특화 반도체 제품을 전략제품으로 선정했다. 어떤 분야에서건 1등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계적인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관련 소자기술과 공정기술 개발에 전념했다. 그 결과 대만의 뱅가드와 미국 타워재즈를 제치고 특화 파운드리 1위에 당당히 올라섰다. 특화 파운드리란 로직 등 일반 디지털 반도체를 제외한 아날로그·CMOS 이미지센서 등의 특화분야 반도체 위탁생산을 말한다. 파운드리 업계에서 최초로 0.18㎛급 복합전압소자(BCDMOS) 공정을 개발하기도 했다. 세계 수준의 아날로그 제품 기술 라인업을 완성했다고 박 사장은 확신한다. 1997년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한 이후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시절을 떠올리면 천양지차다. 올해는 설립 이래 처음으로 첫 흑자도 예상하고 있다.
왜 이렇게 흑자 기반을 구축하는 데 오래 걸렸냐는 질문에 박 사장은 “파운드리는 라인 구축, 설계, 고객 확보 등에 수년이 소요되는 만큼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사업”이라며 “이제 선순환궤도에 접어들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아날로그 특화 파운드리 제품들의 비중을 2009년 말 40% 수준에서 2010년 말에는 50%까지 끌어올렸고 고객 수도 100개에서 140개로 확대했다”며 “올해에는 특화제품 비중을 60%까지 늘리고 고객도 유럽·미국·일본 IT 선진국 고객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놀라운 성과다. 동부하이텍의 이 같은 행보는 한국 파운드리 사업에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계기도 되고 있다. 또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는 아날로그 반도체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하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제품 수명이 길고 모든 IT 기기에 사용되고 있어 부가가치가 높다. 아이폰4에는 13개 반도체가 사용되는데 이 중 9개가 아날로그 반도체일 정도다. 이로 인해 TI, ST마이크로, 맥심 등 아날로그 반도체 상위 업체는 매년 20~40%의 영업이익률을 거두고 있다.
대만의 파운드리 산업이 팹리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는 것처럼, 국내 아날로그 반도체 팹리스에도 희망이 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해부터 동부하이텍은 팹리스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지난해 KOTRA·지식경제부와 함께 ‘중소 팹리스 글로벌 상생협력 지원 협의체’를 발족했다.
박 사장은 “중소 팹리스 업체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의도치 않게 특허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고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럴 때 ‘동부’의 조직과 브랜드를 십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동부 브랜드로 일본 진출을 시작한 팹리스 기업도 있다. 여기에 더해 팹리스 기업들의 초기 개발단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시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반도체설계자산(IP) 공급회사들과 제휴를 맺고 팹리스들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단기간에 설계할 수 있도록 솔루션도 제공한다.
그는 “한국은 아날로그 반도체 특히 RF 분야가 취약하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1년 넘게 기반 IP를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IP를 개발할 수 있는 설계인력도 확보했으며 해외 연구 센터를 통해 RF 분야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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