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0시를 기점으로 국내 정유4사가 모두 휘발유와 경유값을 리터당 100원씩 내렸다. 정유사와 주유소와의 갈등으로 다소 혼란이 있었지만 휘발유값은 리터당 1800원~1900원대에서 안정화되면서 소비자들은 약간의 가격인하 효과를 누리게 됐다.
장관들이 직접 나서 정유사 압박에 성공한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는 대체로 만족한 모습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11일 최근의 정유사 기름값 인하와 관련해 “정유산업이 과점으로 향유하는 이익은 소비자에 돌려줘야 한다”며 기름값 인하에 당위성을 부여키도 했다.
문제는 석달 후다. 정유사가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가격인하 기간이 끝나는 7월이 되면, 소비자들은 지금보다 리터당 100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특히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우리나라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12일(현지 시각) 현재 전일보다 배럴당 2.10달러 떨어져 116.2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지만, 가격할인이 시작됐던 7일에 비해 1달러 넘게 올랐다. 리비아, 중동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전문가들은 국제유가는 꾸준히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국내 제품가에 미치는 시기를 한달 후 정도로 보면 당분간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계속 오른다는 얘기다.
이젠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유류세 인하 카드를 내놓지 않고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오는 7월 6일 정유사의 가격 할인이 끝날 때 유류세를 인하하게 되면 기름값의 완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도 인하 시기와 폭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장관이 11일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서민층에 부담이 되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을 보면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정유산업은 이미 가격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산업이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와 주주가치 극대화다.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하면 외국인 주주 지분이 30%를 넘는 정유사에게 더 이상의 압박은 투자 기피 현상을 야기할 수도 있다.
정부가 업계의 팔만 비튼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세수 감소가 우려되고, 앞으로 국제 원유가격이 더 높아졌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없다는 염려가 되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
자칫 유류세 인하 시기 타이밍을 놓칠 경우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