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가 연구개발(R&D) 인력 약 40%를 해고하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그러자 구글 등 경쟁업체들이 핵심 인력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노키아는 이달 말 R&D 부문의 인력 감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앤티 린느 핀란드 사무직 노동조합 조합원은 12일 "6000개 일자리가 위험에 처했으며 이는 노키아 전체 R&D 인력 중 38%에 달한다"고 밝혔다.
핀란드 노동법은 해고를 원하는 기업이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노조와 협상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21일 실적 발표와 다음달 3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노키아가 최근 노조와 일자리 구조조정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키아는 장기적으로 자체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심비안`을 포기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OS 연구 인력의 대거 방출이 예상된다. 스티븐 엘롭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2월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모바일7` OS를 채택할 계획"이라며 "상당한 고용 감축이 수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키아의 지난해 R&D 비용은 43억달러로 애플(17억8000만달러)의 2배가 넘는다. 그러나 막대한 R&D 비용 투입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07년 64%에서 지난해 38%로 20%포인트 이상 떨어진 상태다. 노키아 경영진은 이를 R&D센터의 비효율적 운영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R&D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가시화되자 이들 인력을 잡기 위한 경쟁업체들의 발걸음 역시 빨라지고 있다. 미국 주요 IT저널은 12일 "노키아와 공동으로 모바일 OS `미고`를 개발해온 인텔을 비롯해 구글과 인터넷전화업체 스카이프ㆍ삼성전자 등이 노키아 인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로선 자사 반도체칩을 기반으로 한 첫 번째 스마트폰을 내놓을 예정인 인텔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노키아가 MS와 협력을 발표하면서 인텔과 OS 공동 개발 협력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자칫하면 그동안 개발해온 OS를 날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위기를 느낀 인텔은 핀란드에 R&D센터를 짓고 `미고`를 개발했던 인력을 흡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12일 "인텔이 지난해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4위로 떠오른 중국 ZTE와 협력해 첫 번째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인텔은 스마트폰의 안정적 구동을 위해 절대적으로 OS 관련 인력 충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OS가 잘못되면 인텔이 스마트폰 시장 진입과 동시에 낙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키아 구조조정 소식으로 인력 잡기에 혈안이 된 기업은 인텔뿐만이 아니다.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6000명 이상을 채용하기로 한 구글은 향후 모바일부문에 중점을 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구글은 주로 스마트폰 앱과 관련된 노키아의 개발인력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렛패커드(HP)도 지난해 11월 이적한 노키아 출신 부사장이 직접 나서 개발인력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노키아의 `미고` OS 전 책임자였던 아리 작시 HP 연구개발부문 부사장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함께 근무했던 옛 친구들이 걱정된다"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인 C나 C++ 전문 기술자가 필요하다"고 썼다. HP는 자사의 `팜` OS를 채택한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을 내놓고 `옛 영광을 되찾겠다`며 이전투구 중이다.
노키아 조직 내부 동요도 심각한 상태다. 노키아 대변인은 "우리는 구체적으로 해고자 수를 정한 적이 없다"며 부인에 나섰다. 그러나 연구인력들은 "이번 구조조정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핀란드 탐페레 노키아 R&D센터에 근무하는 칼레 키일리 연구원은 "노키아는 이미 2009년과 2010년 2분기에 한 번씩 연구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면서 "이번 인력 해고는 기업 효율성 제고와는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경제 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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