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커스]방사선이 주는 혜택

[사이언스 포커스]방사선이 주는 혜택

 일본 원자력발전소 사고 여파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본 원전 사태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일반인이 깊이 느낀 단어는 ‘방사능’이다. ‘방사능물질’ 혹은 ‘방사선’과 함께 혼용되기도 한다. 단위별로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하는 정보를 접하면서 방사능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새삼 놀라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가까이 할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도 든다. 방사선은 정말로 두려운 존재일 뿐일까.

 알게 모르게 방사선은 우리 주변에, 또 주위의 많은 분야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먹는 음식에서부터, 종자, 병원에까지 방대한 분야에서 방사선이 사용된다. 물론 이렇게 사용되는 방사선은 삶을 더 윤택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들이다.

 우선 식물이나 씨앗 분야다. 방사선을 쪼이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꽃 색깔이 바뀌거나 병충해에 잘 견디는 등 독특한 특성이 새롭게 나타난다.

 소위 ‘방사선 돌연변이 육종(radiation mutation breeding)’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식물 종자나 묘목에 방사선을 조사해서 유전자나 염색체 돌연변이를 유발한다. 이후 후대에서 우수한 형질을 갖는 돌연변이체를 선발, 유전적인 고정 과정을 거쳐 새로운 유전자원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자연 상태에서도 낮은 빈도로 돌연변이가 발생하는데 방사선 자극을 통해 돌연변이 발생 빈도를 높이는 게 포인트다. 물론 안전성이 입증돼 신품종 개발에 활발하게 이용된다.

 실제로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경북대 등으로 이뤄진 산학연 컨소시엄이 2007년부터 지금까지 돌연변이 육종기술로 난, 국화, 장미 등 화훼류와 자생식물 신품종 30여종을 개발했다. 컨소시엄은 4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다양한 꽃 색깔과 꽃 모양을 갖는 국화, 장미, 포인세티아, 카네이션 △잎무늬 변이 난 △자생 석곡 신품종 △네잎·다섯잎 클로버, 옥잠화 등 자생식물 신품종 등을 개발했다.

 정읍방사선과학연구소는 방사선 돌연변이 육종 기술로 개발한 신품종 벼 9종(원평, 원광, 원미, 원청, 원추, 원품, 원해, 흑선찰벼, 녹원찰벼) 945kg과 콩 1종(조생서리) 32kg 등 신품종 종자 10종을 개발, 전국 농가에 무상 분양했다. 이들 신품종은 다수확 품종 개발 대신 고품질, 고기능성 특수미 개발에 초점을 맞춘 것들로 기존 종자에 200∼300 Gy(그레이)의 방사선(감마선)을 조사해서 선발한 돌연변이 신품종이다.

 강시용 방사선육종연구팀장은 “코발트60으로부터 나오는 방사선을 조사하며 이를 통해 개발된 품종은 인체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식품 제조과정 중 멸균처리 할 때 역시 방사선이 유용하다. 식품이 발효되는 동안 미생물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자라면 식품의 맛과 색이 변질되기 쉽다. 이 같은 이상발효를 막기 위해 방사선을 쪼이면 영양성분은 지키면서 불필요한 미생물은 없앨 수 있다.

 포장을 뜯지 않고 내용물을 확인하는데도 방사선이 활용된다. 센서 역시 마찬가지다.

 병원에서는 생각 외로 많은 분야에 방사선이 사용된다. 엑스레이는 물론이고 의료용 핀셋 거즈 등은 주사기 등도 상당수 방사선으로 멸균을 한다. 미국의 병원에선 100%방사선을 활용해 멸균한다. 이 같은 방식은 화학약품을 사용했을 때 독성잔류와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자동차의 타이어는 방사능을 조사하면 마모성이 증진된다. 열을 수반하는 전선 케이블 같은 경우 역시 방사선을 조사하면 수명이 오래간다.

 최근엔 아토피 치료를 위한 하이드로겐 등 방사선을 이용한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담배에는 방사성원소 폴로늄-210이 들어 있다. 담배를 많이 피우면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방사성원소는 자연계에도 존재한다. 물론 건강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다. 자연 방사성원소는 인공 방사성원소보다 대부분 반감기가 훨씬 길다. 스스로 분열하는 속도가 훨씬 느리다는 소리다. 예를 들어 자연계에 있는 루비듐-87은 약 600억년이 지나야 반으로 줄지만, 발전소에서 생기는 루비듐-90은 3분쯤 지나면 절반이 된다. 결국 자연계에서 방사선이 더 오랫동안 머문다. 그래도 위험하지 않은 이유는 원전에서처럼 다량의 방사선원소가 한데 뭉쳐 있지 않고 워낙 소량씩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용어설명>

 방사선(Radiation)=불안정한 원자핵이 안정한 상태로 이동하면서 방출하는 전자기파 혹은 입자 형태의 에너지 흐름

 방사능 (Radioactivity)=단위시간 당 방사성 붕괴 횟수 (1Bq=1dps ; 1초에 1회 붕괴)

 방사성 물질=방사능을 띄는 물질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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