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떼는 금감원…금융권 `벌벌`

 금융감독원이 곧 있을 조직개편에서 본부·실·부서 명칭에서 ‘서비스’를 전부 뗀다. 이르면 다음주 단행할 국장급 인사에서부터 이같은 의지가 구체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금융 전 업권에 대한 검사와 감독 업무를 강화하겠다는 뜻의 상징적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올 들어서만 3·4디도스 공격, 현대캐피탈 고객정보 유출, 농협 전산망 마비 등의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금융권을 이대로 뒀다간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의기의식이 반영됐다.

 수익성 제고에만 열을 올리면서 핵심인 IT시스템 투자를 포함해 ‘보안·안정화·건전성 확보’라는 관리 기능은 등한시해 온 금융사로선 경우에 따라선 철퇴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14일 금융권과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말 조직 개편에서 은행서비스본부, 보험서비스본부, 중소서민금융업서비스본부, 저축은행서비스국, 여신서비스국 등 주요 부서에 붙어있는 ‘서비스’ 명칭을 모두 떼버릴 예정이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이미 간담회 등 공식석상에서 ‘서비스’ 개념으로 편향되게 흘렀던 직전 금감원장의 기조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혀왔다.

 권 원장은 “검사와 감독 역할을 뒤로한 채 서비스·시장편의 중심으로 흐르다보니 부실을 키워온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이렇게 가서는 우리 금융의 글로벌화는 물론 금융소비자와 안전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서비스’ 명칭 삭제는 본연의 감독 업무에 집중한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그동안 금감원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서비스 조직이냐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어느 정도 권위가 서야 하는데 그 동안 이 부분이 많이 무너졌다. 주된 업무인 감독 기능을 강화한다는 신임 원장의 말에 기대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이 같은 금감원 업무 기조의 대전환에 최근 잇따라 터진 ‘금융사고’는 더 한층 힘을 실었다.

 정부 한 관계자는 “‘행정서비스’처럼 ‘감독서비스’라는 이미지는 좋은데, 그렇게 지금까지 와서 정작 나온 결과가 이번 현대캐피탈이나 농협 사태 같은 것 아니냐”며 “금융권의 특수적인 상황과 분위기를 봤을 때 감독과 관리 기능의 강화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직 명칭 변화와 함께, 발빠른 검사와 긴급 대응이라는 금감원의 업무 속도 변화도 감지된다. 현대캐피탈과 농협에 현장 검사 인력이 사건 직후 투입돼 활동한 데 이어, LIG건설 법정관리 신청으로 기업어음(CP) 발행을 주관한 우리투자증권에도 6명의 직원 투입해 검사를 진행한 것이 이 같은 맥락이다.

 금융권으로선 금감원의 감독·검사권 강화에 초긴장 상태다. 최근 사태를 겪으면서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IT보안 및 시스템·고객정보 운영 실태를 수시로 점검한 뒤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확고히 다졌다.

 고의는 아니더라도 시스템 투자에 미적이거나, 보안 유지·관리 미흡으로 인해 금융소비자 피해와 같은 사고가 터졌을 때 ‘일벌백계’ 차원의 징계는 물론이고, 영업 인허가상 불이익까지 감내해야할 처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엄포성은 분명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최근 잇따른 사태를 보면서 감독 강화와 예방차원의 대책이 어떤 식으로든 나올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변화를 예의주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진호·박창규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