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스마트 커뮤니케이션의 혁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A 교수는 며칠 전 ‘트위터’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 모 프로그램을 보다가 방송 내용이 사실과 달라 이를 트위터에 올렸는데 불과 30여분 만에 해당 프로그램 담당 PD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이다. 물론 관련 분야에서 지명도가 있어 꽤 팔로어가 따랐지만 이렇게 전달 속도가 빠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진화한 커뮤니케이션 도구 덕분에 가뜩이나 작은 세상이 “더 좁은 세상이 됐구나” 느낄 뿐이었다.
트위터·페이스북 열풍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불리는 새로운 소통 채널이 인간 관계 전반을 바꿔 놓았다. 가히 커뮤니케이션 혁명으로 불리며 스마트한 세상을 앞당겼다. SNS는 PC 중심에서 휴대폰·스마트패드 나아가 안방의 TV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소통의 역사를 다시 쓰는 상황이다. 2005년 2월 설립해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유튜브는 하루 시청자가 20억명을 넘어섰다. 2006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페이스북은 5년 만에 가입자가 6억명을 돌파했다. 페이스북에 비해 불과 석 달 앞선 2006년 9월 세상에 나온 트위터는 ‘140자’라는 짧은 메시지 하나로 소셜 미디어라는 뉴미디어 시장을 개척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모르고는 스마트한 삶을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 스마트한 세상. 첫 걸음은 ‘소통’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등장하면서 SNS가 떠올랐지만 스마트 소통의 원조는 동호회와 커뮤니티다. 인터넷 대중화와 맞물려 새로운 소통 문화를 만들었다. 이전까지 인간관계라면 혈연·학연·지연이 대세였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사이버 공간이 자연스럽게 생기면서 카페와 커뮤니티가 새로운 관계 문화를 주도했다. 이어 보다 진화한 미니홈피와 블로그가 출연했다.
그러나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서는 여전히 1% 부족했다. 다소 폐쇄적이었고 소통에 제한이 많았다. 이를 뛰어넘은 게 바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이다. 이들 미디어는 유무선 통신망과 결합해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만들고 가공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인터넷 기반에서 휴대폰·TV·자동차 등에도 막힘없는 통신이 가능해지면서 영향력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거기다 4세대 통신 등 초고속 무선 통신망에 힘입어 파죽지세로 기존 올드 미디어 영역을 대체해 가고 있다.
특히 트위터는 기존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비해 훨씬 짧은 글을 올리는 것밖에 할 수 없지만 중독성 면에서는 이전 SNS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위터에 비해 다소 폐쇄적이지만 훨씬 자유로운 글쓰기와 정보 공유가 가능한 페이스북은 트위터를 잇는 SNS로 주목을 받고 있다.
# 기업, 소비자와 통하라
소비자가 SNS에 눈뜨자 기업도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SNS로 소비자와 만나기 시작했다. 고객과 소통은 물론이고 프로모션·시장조사·이벤트 등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 중이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업체는 SNS로 상품 판매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고객과 소통을 통해 서비스 요금제와 같은 개선 사항에 대한 의견을 모아 마케팅 자료로 이용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 등 SNS를 이용해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소셜 쇼핑’, 소비자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 조사’ 등 다양한 툴을 적용해 SNS 마케팅에 나섰다. 삼성과 LG전자 등 제조업체도 SNS로 소비자와 민첩하게 소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소셜미디어 뉴스 릴리스(SMNR)’라는 신개념 홍보시스템을 구축하고 텍스트 중심의 정보 전달뿐만 아니라 동영상, 이미지, 유용한 정보 링크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매개로 고객과 직접 대화 중이다.
포털과 게임업체도 SNS 활용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네이버는 자사의 네이버톡과 미투데이를 통해 개인 주도의 SNS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오픈 전략을 강조해 온 다음은 트위터와 제휴하는 등 빠른 의사 결정으로 SNS 분야 경쟁력을 확보했다. SK컴즈는 3300만명 회원을 자랑하는 싸이월드를 무기로 새로운 소통 채널을 만들었다. 싸이월드 회원을 대상으로 네이트온의 새로운 서비스와 연계, 이벤트, 쿠폰 제공, 공동구매 알림 활동 등 다양한 소셜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게임업체 넥슨은 게임 문의와 이미지 제고, 단순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 이용자와 소통하고 있다. 원윤식 네이버 팀장은 “스마트 시대를 맞아 SNS 가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이를 활용한 마케팅은 전 산업 분야로 확산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하나은행이 적극적이다. 이달 인터넷뱅킹사이트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을 마케팅과 고객과 소통채널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시범테스트 단계로, 상품에 대한 평가 및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다.
#스마트 소통, 생산성도 높인다
SNS는 외부뿐 아니라 내부 소통에도 기여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모으고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SNS를 사내 소통 도구로 잘 활용하는 기업이 IBM이다. IBM은 ‘비하이브(Beehive)’라는 내부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IBM 직원은 비하이브로 다른 부서는 물론이고 외국 지사에 있는 직원과 친구 관계를 맺고 비슷한 관심사나 전문 분야에 대해 이야기한다. IBM에 따르면 비하이브를 이용하는 직원은 전 세계에 6만명에 달하며 소통창구 역할과 함께 공동 작업을 위한 필수 채널로 자리 잡았다. IBM 측은 “내부에서 SNS를 운영하는 것은 직원의 활발한 의사소통으로 공감대를 만들어 주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게 궁극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 내부 전용 SNS도 나왔다. ‘야머(Yammer)’가 대표적이다. 기업용 트위터로 불리는 야머는 기업 이메일 주소를 등록하면 자동으로 같은 회사 이메일 주소를 쓰는 직원과 트위터처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특정 그룹의 폐쇄적인 인트라넷 형태의 메신저를 떠올리면 이해가 빠르다. 다음·LG전자·신세계·LG디스플레이 등이 야머를 사내 커뮤니케이션 툴로 사용하고 있다. LG전자는 직원 아이디어를 모으고 의견을 나누는 통로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 다음은 막힘없는 소통을 위해 2009년 1월 도입했다. 야머 외에 사용할 수 있는 툴로는 ‘퀵(Quik)’이 있다. 퀵 역시 야머처럼 기업 내부의 정보 공유와 소통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짜여 있다.
최근에는 자체적으로 SNS를 개발해 쓰는 기업도 늘고 있다. LG CNS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지식 공동체 기능 목적의 사내용 트위터 시스템 ‘비즈 트윗’을 개발했다. 팔로잉·리트윗 등 트위터 기본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일반 트위터처럼 개방적이지 않아 그룹웨어로 접속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다. 그만큼 보안성이 뛰어나다. 삼성SDS도 정보 공유 SNS ‘컴온SDS’를 운영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업무 관련 사항, 프로젝트 수행담을 올리면서 정보 공유와 아이디어 창출 채널로 사용 중이다. 삼성SDS 측은 “프로젝트 혹은 그룹 별로 브레인 스토밍으로 활용할 수 있고 기업 내 집단 지성을 끌어낼 수 있어 효과 만점”이라고 말했다.
SNS는 이제 스마트 라이프·스마트 컴퍼니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부상했다. 인터넷 붐으로 인한 호기심으로 출발했지만 불과 5년 만에 스마트 빅뱅의 소통 인프라로 확실한 위상을 굳힌 것이다.
특별취재팀 =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문보경 기자, 허정윤 기자, 안석현 기자, 박창규 기자
<소박스> ‘스마트 인맥’의 첨병 SNS
SNS는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와 의사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말한다. ‘관계지향 서비스’로도 불린다. 대표적인 SNS로는 트위터를 비롯해 마이스페이스·페이스북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싸이월드·미투데이·링크나우 등이 있다. 온라인 카페와 같은 ‘커뮤니티’ 기능과 개인이 중심인 ‘미니홈피’, 미디어 성격이 강한 ‘블로그’ 서비스를 확장한 개념이다. 온라인 카페보다는 개인적이고 미니홈피보다는 확장성이 강점이다.
국내에서 SNS 원조 격은 싸이월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형성된 관계를 바탕으로 자신의 개인사를 올려놓은 미니홈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싸이월드 회원은 커뮤니티 친분으로 만들어진 실명의 일촌 관계로 개인 일상이나 사진·음악 등을 서로 공유할 수 있게끔 구성돼 있다.
해외에는 페이스북·마이스페이스·트위터·링크드인이 대표적이다. 초창기 SNS는 특이하게 다른 인터넷 서비스와 달리 국가별로 주도하는 경향이 강했다. 가령 우리는 싸이월드가 대표적이지만 캐나다는 넥소피아, 일본은 믹시와 모바게타운, 독일은 돌투데이, 아시아에서는 프렌즈스터 등이 인기를 끌었다. 특정 서비스가 인기를 끌었던 데는 해당 국가의 문화, 정보 인프라 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위터·페이스북이 등장하면서 비록 짧은 메시지지만 전 세계 누구나 막힘없이 소통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소박스> SNS와 ‘소셜 미디어’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SNS 중에서도 미디어 성격이 강해 소셜 미디어로 분류한다. 흔히 전통 미디어는 신문·잡지·TV·라디오 4대 매체를 말한다. IT가 발달하면서 떠오른 뉴미디어는 온라인·디지털·소셜 미디어로 나누며 이 중 소셜 미디어는 웹 2.0에 기반을 둔 플랫폼이다. 참여·공개·연결을 슬로건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 생각, 경험, 관점 등을 서로 공유하기 위해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나오면서 소셜 미디어라는 장르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기업인 오비어스 코프가 만든 트위터는 휴대폰 문자 서비스, 인터넷 메신저, 이메일 등을 통해 짧은 단문(140바이트)을 각자 회원 계정에 올리는 서비스다. 트위터에서는 친구 대신 팔로(Follow)라는 관계를 각 회원이 설정하는데, 어떤 회원을 팔로할 경우 해당 회원이 올리는 글을 구독할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이 구독하면서 서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간다. 트위터 성공 이후 트위터와 비슷한 많은 사이트가 생겼다. 국내에도 미투데이, 플레이톡 등 서비스가 있으며 해외에서도 유사 서비스가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페이스북은 트위터의 약점을 보완해 주목을 받고 있다. 트위터는 접속 방법이 ‘다대다(many to many)’가 기본이지만 ‘일대다(one to many)’ 성격의 미디어에 가깝다. 연예인·정치인 등 유명인 중심으로 링크 빈도가 커지며 이를 중심으로 정보가 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공유할 수 있는 정보도 140자도 대단히 제한적이다.
이 약점을 파고든 게 페이스북이다. 보다 검증된 지인 중심으로 인맥 형성이 가능하고 충실한 내용을 주고받을 수 있다. 2004년 하버드대생 마크 저커버그가 친목 도모를 위해 만든 이 사이트는 한 달 만에 스탠퍼드·컬럼비아·예일대 학생까지 끌어들이며 세력을 확장했다. 페이스북은 우리나라 아이러브스쿨과 같은 학연 중심 서비스였지만 최근에는 대중적인 SNS 성격을 띠고 있다.
국내에서 대항마로 떠오르는 게 ‘카카오톡’이다. 카카오톡은 사실 기록을 남기면서 교류하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다소 성격이 다르다. 정확하게 말하면 무료 메신저 서비스로 문자 서비스의 아류 격이다. 그러나 카카오톡은 궁극적인 목표가 ‘인맥 쌓기’란 점에서는 최종 목적지가 같다며 국내를 벗어나 세계 무대로 눈을 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