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전자제품 안에는 인쇄회로기판(PCB:Printed Circuit Board)이 들어 있다. 얇은 판 위에 구리로 된 가는 선들이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고 많은 전자부품들이 그 가는 선들로 연결되어 있다. 이 PCB는 전자제품 내에서 각종 부품들을 연결해 주는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PCB도 발전을 거듭하여 모바일기기에 쓰이는 구부릴 수 있는 PCB(플렉시블 PCB), LED TV 제품을 위한 메탈 PCB, 광섬유를 이용해 속도가 향상된 광PCB, IC칩을 PCB 내부에 실장한 임베디드 PCB 등 다양한 첨단제품이 등장해 전자제품의 고도화, 경량화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PCB는 수요업체에 맞추어 생산해야 하는 주문 생산제품이다. PCB 개발 시점부터 전기적 특성, 크기, 부피, 두께 등 많은 부분에서 수요업체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그리고 납기 준수, 비밀보장 등과 함께 저가로 고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기술력이 필요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PCB업체는 수요업체와의 협력이 아주 중요한 과제다.
PCB 생산에는 회로설계, 적층, 도금, 표면처리 등 40여 가지 가공공정이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600여개의 대·중·소기업들이 이런 공정을 분업형태로 나누어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IT산업 경기가 회복되면서 국내 PCB시장도 13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우수한 기술과 효율성이 높은 생산공정을 확보하여 애플에 스마트폰용 PCB를 납품하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으나 대다수 중소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원가압박이 가중되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휴대폰, TV 등 완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많은 관심을 쏟았으나 이런 완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수 요소인 PCB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었다. 그러나, 완제품 업체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가진 PCB 중소업체들의 경쟁력을 향상시키지 못한다면 완제품 경쟁력도 향상시키기 어렵게 될 것이다.
PCB산업의 발전뿐만 아니라 완제품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수직적인 거래 구조를 동반자적 협력관계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수요기업은 PCB 관련 정보를 협력 PCB업체에 제공하고, 협력업체들은 수요기업의 기술혁신 속도에 맞추어 소재·부품 개발에 나서는 등 수요업체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식경제부에서는 PCB 트렌드에 대응하여 고집적화, 초박형화, 대용량화, 친환경화를 위한 핵심소재·부품 개발은 물론이고 제품신뢰성 등 부족한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국내 PCB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고자 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일구어낸 PCB업계에 찬사를 보내며 향후 5년 이내에는 우리나라가 세계 PCB산업을 주도하리라 기대한다.
유수근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 fogy011@mk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