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희망이다]창업동아리를 주목하라

[스타트업이 희망이다]창업동아리를 주목하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청년(15~29세) 실업률 추이

지난달 청년실업률이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실업률 4.3%보다도 두 배 이상 높은 9.5%에 달했다. 청년실업률 증가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고용 없는 성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게다가 제조업·건설업 등 한국경제를 이끌어 온 주요 산업의 취업유발계수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고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새로운 대안 중의 하나가 바로 청년 창업으로 그 모태가 되는 대학가의 창업동아리에 정책기관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월 소셜커머스 분야 국내 1위 업체인 티켓몬스터는 동종업체인 데일리픽을 인수했다. 데일리픽은 소셜커머스 분야 선두권 업체로 구체적인 인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티켓몬스터가 데일리픽에 현금 약 40억원과 티켓몬스터 지분 10%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픽의 이관우 사장은 대학생 신분으로 벤처회사를 설립한 뒤 8개월 만에 큰 차익을 남기며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이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뒤 창업 동아리 선후배와 함께 모바일 쿠폰 솔루션 업체인 이토프를 창업했다. 지역기반 맛집 서비스로 유명한 윙버스의 창업에도 참여했다. 윙버스는 지난 2009년 NHN이 인수했다.

 이관우 사장은 대학 창업동아리 출신 스타트업의 성공스토리 중 하나로 대박을 꿈꾸는 창업동아리의 롤 모델이 됐다. 이 같은 창업동아리 출신 기업의 성공으로 대학가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불황이 지속되면서 대학생들의 관심사는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는 것이었다. 창업보다는 대기업, 공공기관에 취업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창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많은 자본이 없어도 쉽게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창업 후 성공 스토리가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대학가 창업 동아리에 많은 가입 신청자들이 몰리고 있다.

 일부 대학 창업동아리는 새 학기를 맞아 최근 신입생을 모집했다가 정원의 배가 몰려들었다. 그동안 창업 동아리 활동이 지지부진했고 홍보도 제대로 못하다 보니 정원이나 제대로 채울 수 있을까 했던 걱정은 기우였다. 결국 면접을 치러 인원을 추려내야 했다.

 창업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한동안 침체됐던 대학생들의 창업열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지방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현재 서울 시내 4년제 대학 창업 동아리는 63개로 2007년 49개에 비해 29% 늘었다. 창업 동아리는 2000년대 초반 70여개에 달했다가 2005년 55개, 2007년 49개로 감소해왔다. 그나마 있던 창업 동아리들도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창업 동아리 회원 수가 증가하고 동아리가 직접 사업에 뛰어드는 곳도 적지 않다.

 학생들이 취업 관련 동아리 활동이나 스터디 공모전 등을 통해 경력을 쌓는 데 치중했는데 1~2년 전부터 소셜커머스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성공사례가 알려지면서 창업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이 크게 늘었다.

 특히 최근 창업 동아리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의 활약은 후배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 송병준 게임빌 대표는 서울대 창업 동아리인 학생벤처네트워크의 초대 회장으로 이미 널리 알려졌다. 조남호 스터디코드 대표와 이투스 창업멤버로 유명한 이비호 스픽케어 부사장 등도 이 동아리 출신이다. 김병관 NHN게임즈 대표, 이관우 데일리픽 대표 등도 각각 대학 때 동아리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창업에 나선 케이스다.

 대학 내 창업동아리도 되살아났다. 서울지역의 17개 대학 창업동아리는 지난해 연합단체인 피움(PEUM)을 발족시켰으며 서울대 창업동아리 출신 가운데 지난 15년간 창업한 40개의 벤처기업 중 7개가 최근 1년간 탄생했다.

 창업 동아리들의 행보도 과거와는 달라졌다. 최근에는 외부와의 협업을 통해 초기부터 큰 밑그림을 그리는 게 특징이다. 서울지역 창업동아리 연합회 피움에 소속된 동아리들은 카페와 편지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을 공동으로 내놓고 사업에 착수했다. 카페에 편지를 맡기고 커피값을 치르면 카페 측에서 수신자에게 연락해 커피와 함께 편지를 건네주는 방식으로 서울시내 30여개 카페와 협약을 맺고 진행하고 있다.

 연합 동아리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대학생연합 IT벤처 창업동아리인 SOPT는 2008년 각 대학에서 IT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이 모여 구성됐다. 1년에 두 번씩 신입회원을 받아들여 6개월간 집중적인 창업교육을 진행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7대 회장인 강태호(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씨는 “다양한 학교에서 모이다 보니 여러 새로운 정보를 많이 접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며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창업을 위해 필수적인 모험정신도 배양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SOPT 출신으로 기업용SNS 업체인 올웨이즈를 설립한 김경인 대표는 “창업 동아리의 경험이 회사를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당시 구축한 인맥 네트워크와 경험이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창업동아리 활동 중이던 3학년 때 창업한 그는 “회사가 원만히 운영되기 위해서는 창업 멤버 구성이 아주 중요한데 동아리를 하면서 마음에 맞는 창업 파트너를 구할 수 있었다는 것이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또 창업동아리에서 경험은 취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 최근 기업들은 스펙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벤처를 운영하면서 개발뿐만 아니라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은 큰 메리트다.

 창업동아리에서 얻은 경험은 굳이 입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스스로가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영어 공부나 자격증을 따는 데에 몰두했더라면 회사 생활에 필요한 노하우를 축적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창업동아리 출신 직장인들은 말한다.

 최근의 창업 활성화는 벤처생태계의 질적인 변화까지 동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과거 정책의 영역이었던 벤처육성이 시장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벤처 1세대들이 앞장서서 스타트업 육성과 창업동아리 지원에 나서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건국대 창업 동아리인 KIB의 이희영 부회장(경영학과)은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벤처지원센터에서 벤처 CEO 등을 초청해 창업동아리 회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 등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며 “적지 않은 동아리 운영비가 들기 때문에 이러한 지원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창업 자체에만 매달리는 일은 삼가야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전문가는 “창업 준비기간이 6개월~1년이면 생존기간이 세 배 이상 길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창업은 단순히 사무실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망할 수도 있는 비즈니스를 세상에 공개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동아리 활동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스>창조캠퍼스

 고용노동부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단국대학교, 청강문화산업대학 등 10개 대학을 ‘창조캠퍼스’ 지원대학으로 선정하고 3월 신학기부터 지원에 나섰다.

 창조캠퍼스 지원사업은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낼 수 있기 위해서, 학기 중에 동아리 활동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험해 볼 수 있도록 인프라와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제도다.

 대학생들의 창조적 도전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창조캠퍼스 지원대학 선정심사 경쟁률은 4.7 대 1에 달했다. 심사 결과 단국대, 숭실대, KAIST, 충북대, 경북대, 영남대, 동신대, 영산대, 청강문화산업대, 전주비전대 등이 선정됐다.

 고용부가 창조캠퍼스 대학에 예산을 지원하면 대학은 대학생이나 지역 청년들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공모·선정하고 학기당 10개 내외의 아이디어 팀을 구성한다.

 구성된 팀에 대해 대학은 아이디어 개발비로 한 학기에 팀당 600만원 안팎의 자금과 PC 등 기자재가 구축된 스마트워크센터 등 작업공간을 제공한다. 전공 교수와 외부 전문가, 선배 창직·창업자 등이 맞춤형 컨설팅 및 교육·멘토링을 지원한다.

 또 창조캠퍼스 지원단(한국창조고용협회, 한국소호진흥협회)의 컨설팅과 민간 전문가의 일대일 멘토링 지원도 받을 수 있다. 그 외 학점인정, 장학금혜택 등 참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학도 있다.

중소기업청의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도 창조캠퍼스와 유사한 창업동아리 지원 정책의 하나다. 창업선도대학은 6개 광역권역 및 전문대로 구별해 선발했다. 선발 대학은 △서울권(동국대, 연세대) △경기인천권(인천대, 한국산업기술대) △충청권(충북대, 호서대) △호남권(목포대, 전주대) △대구경북+강원권(강원대, 경일대, 계명대) △동남권(경남과학기술대, 동아대) △전문대(영남이공대, 인덕대)다.

 이들 창업선도대학은 중기청으로부터 총 305억원을 지원받고 우수 예비창업자 발굴·양성부터 창업준비, 창업 후 성장 단계까지 이르기까지 전 단계를 지원할 수 있도록 창업교육패키지와 예비기술창업자 육성, 대학의 자체 창업지원프로그램 등을 추진하게 된다.

 창업교육패키지는 개별적으로 지원하던 창업강좌·창업동아리, 기술창업아카데미, 창업전담인력 사업 등을 집중 지원해 연계 프로그램 구성이 가능하도록 했고, 실전창업리그와 연결되는 지역 창업경진대회를 창업선도대학에서 개최하도록 했다.

 또 예비기술창업자 육성사업은 대학 등의 기술, 인력, 장비 등 우수한 창업인프라를 활용해 체계적으로 창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최고 5000만원, 팀 창업의 경우는 7000만원까지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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