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서 집중 견제받는 공정위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곤란한 지경에 처했다. 요점은 공정위가 보유한 기업규제 권한을 대폭 내놓으라는 것이다.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을 상대로 `전속고발권` 폐지 의사를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전속고발권은 담합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는 것으로 공정위의 대표적인 독점규제 권한이다.

최근 문제 제기는 대기업에 대한 공정성 압박이 가중되면서 공정위에 경쟁 행위 견제 기능을 전속시켜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이 2008년에 이어 전속고발권 폐지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최근 대표 발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피해 당사자가 직접 검찰에 고발하거나 검찰 인지수사가 어려워 전속고발권이 소비자 권익 침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날 김동수 위원장까지 나서 "불공정 사건은 경쟁 저해가 미치는 시장 영향 등을 감안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고 밝혔지만 공정위 권한에 대한 견제는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작년 말 연장되지 못하고 만료된 공정위 계좌추적권(금융거래정보요구권)이다. 계좌추적권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1999년부터 2년 시한으로 도입됐다가 2001ㆍ2004ㆍ2007년 법 개정을 통해 3년 단위로 연장돼 왔다.

공정위는 계좌추적권을 통해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집단이 계열사를 동원해 부당 내부거래 등의 혐의가 있으면 금융사에 해당 기업의 금융거래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계좌추적권을 전속고발권과 함께 공정위의 독점적 규제 권한으로 보고 없애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로 인해 지난해 11월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이 계좌추적권 부활을 위한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아직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계좌추적권을 거의 행사하지 않는 등 자승자박의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계좌추적권은 일견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2003년 이후 발동 실적이 없다는 게 법안 처리를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추진 중인 동의의결제도 난항을 겪고 있다. 동의의결제란 공정위가 법을 위반한 기업에 시정 방안을 제시한 뒤 이를 수긍하면 과징금이나 검찰 고발 등을 면해주는 제도.

채규하 공정위 심판총괄담당관은 "과징금이나 검찰 고발이 실제 소비자 편익에 크게 연결되지 않는다"면서 "예컨대 과징금 대신 가격 인하 방안을 수긍하면 제재를 감해주는 방식으로 소비자 편익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 측은 불공정 혐의로 조사했던 기업과 협상하는 것이 공권력 신뢰를 떨어뜨릴 우려도 있지만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선진 제도라는 점을 내세운다. 특히 동의의결제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합의사항 중 하나로 정부가 공약한 사항이다. 정부는 담합 등 중대한 위반 사항에는 동의의결제를 적용할 수 없고 사전에 검찰총장 동의를 얻는 방식으로 제도 이행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역할이 커지면서 이를 감시하기 위한 공정위 권한을 놓고 앞으로도 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 영역이 커지면서 시장에서 반칙하는 기업이 많아짐에 따라 공정위에 대한 견제와 역할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전속고발권만 해도 검찰 요청 시 공정위는 반드시 고발할 의무가 있는 만큼 현행 제도의 묘미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매일경제 김병호 기자/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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