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공간인 건물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도시는 에너지절약과 관련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될 분야 중의 하나다.
주택, 상업건물 등 건물분야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는 국가 전체에너지의 약 22%(2009년 기준)를 차지한다. 더욱이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건물분야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건물에너지를 잡지 못하면 에너지절약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가정·상업 분야에서는 어느 곳보다도 변화의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기존 주택보다 에너지 효율기준을 대폭 강화한 패시브하우스의 요소를 적용한 건물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면적당(㎡) 15㎾h라는 높은 기준을 충족하지는 못해도, 현재 신축되고 있는 대다수의 주택들은 패시브하우스의 건축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정부의 그린홈 100만호 보급 사업에 참여, 지열히트펌프·태양광 발전설비·연료전지 등의 신재생에너지원을 도입한 건물 또한 도시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인천공항·무역센터 등 연간 에너지소비량이 3만toe에서 6만toe에 달하는 대형 상업건물의 변화 또한 주목할 만하다. 조명기기·설비 교체 등 기본적인 것은 물론이고 에너지사용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 한다. 소비자의 에너지 사용 패턴에 변화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특히 냉동공조기기나 조명장치 등의 운전 현황이나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 에너지소비를 관리해주는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은 필수 설비가 됐다.
건설사들의 발빠른 대응도 시선을 끈다.
국내 유수의 대형 건설사들은 자체 아파트 브랜드와 함께 에너지절감형 주택과 건물을 보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단열재 등 고효율 건축자재 설치와 함께 효율적인 에너지관리를 가능케 하는 IT기술을 접목, 에너지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
건물에너지 분야 관련 제도도 바뀌고 있다.
현재 정부는 건물에너지 효율등급제도와 친환경건축물 인증 제도를 운영해 주거·비주거 건물에 대한 에너지관리를 유도하고 있다. 또 서울시는 1000㎡ 이상 공공건축물의 에너지 소비량을 연간 345㎾h/㎡(공동주택은 215㎾h/㎡) 이하일 경우에만 인·허가를 내주도록 하는 건축물 에너지소비 총량제를 도입했고 향후 민간분야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신축 건물에 대한 관리가 집중되고 있지만 기존 건물에 대한 관리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1년에 약 10만동의 건축물이 새로 지어지고 있지만, 기존 건축물 약 660만동은 그대로 남겨져 에너지 관리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조동우 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물분야에서 에너지·온실가스 절감에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기존 건물”이라며 “기존 건물에 대한 에너지효율 등급제도가 빨리 정책되고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인센티브나 금융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패시브하우스= 단열 효과가 뛰어난 창호와 단열재를 도입, 집안의 열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최대한 차단함으로써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실내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주택.
최호기자 snoop@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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