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과 현대캐피탈 사태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농협과 현대캐피탈 측이 문제해결을 위해 즉각적인 시스템 보강 및 관련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점이다. 다른 하나는 시스템 자체의 기술적 결함이나 오작동이 아닌, 내부 사정에 밝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일으킨 문제라는 점이다.
결국 농협과 현대캐피탈은 근원적인 해법을 찾지도, 제시하지도 못한 것이다.
19일 농협관계자는 내부자 소행으로 최종 결론날 가능성에 대해 “기술·장비 관련 투자를 아무리 늘려도 IT 관련 직종의 처우 등 불만이 쌓이면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딱히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문제”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던지는 푸념일 수도 있고, 답답함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가장 정확한 현실인식이다.
몇 년 새 철저히 기피직종이 된 것은 물론이고 그마저 핵심은 외부업체에 아웃소싱하는 IT·전산직에 대한 뚜렷한 역할 및 지위 회복이 있어야 한다.
이는 현장 금융회사뿐 아니라 이들을 주기적으로 검사·감독할 감독당국에도 요구되는 부분이다. 금융감독원에는 특별검사·합동검사가 줄 잇는 지금도 한 쪽에서 검사를 하지만, 다른 쪽은 일손이 없어 시간을 미뤄야 할 정도로 IT 검사 인력이 태부족이다. 이번 금감원 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IT 검사 인력 충원에 대한 수긍할 수 있는 조치가 나와야 하는 이유다.
사정이 그나마 낫다고 하는 제1금융권조차 ‘IT 인력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은행권에선 계열사 IT 인력을 한데 모아놓고, 탄력적으로 필요한 곳에 파견하는 ‘IT 셰어드 서비스센터’를 운영 중이다. 업종별 IT 업무 전문성이 떨어지고, 아웃소싱 비중이 높아지면서 보안 등 핵심부문일수록 ‘인력 취약성’이 심각한 상황이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대외 경쟁력과 효율만 중시하는 구조에서 내실 있는 IT 시스템 투자나 업그레이드는 후순위 업무로 밀릴 개연성이 크다”며 “계열사끼리 고객정보를 수시로 교환하고, 영업하는 환경에서 그에 걸맞은 보안수준이 적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스마트(모바일 포함)뱅킹이 확산되면서 망연계 범위가 하루가 다르게 넓어지고 있다. 고도의 안전성과 신뢰가 바탕되지 않으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이미 스마트폰이 좀비PC로 악용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 상황에서, 앞으로의 금융사태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와 피해를 낳을 수 있다.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는 “인터넷, 모바일, 스마트뱅킹 등은 신뢰가 근간이 돼야 널리 보급될 수 있다”며 “사고가 터지고 난 뒤 봉합하는 데 급급하는 현 시스템으로는 불신을 메울 수 없고, 신뢰감 상실은 새로운 금융서비스 도래를 지연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대캐피탈, 농협 사태가 종합적인 진단과 분석 없이 몇몇 관련자 처벌과 여론 덮기로 끝난다면 유사 사태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과 같다고 하나같이 조언했다.
이진호·박창규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