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거액을 들여 새 식구로 들어온 SK가스 지분을 대량 사들이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번 주식 매입을 놓고 SK케미칼과 SK가스의 합병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지만 정작 SK그룹 측은 "합병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부인하고 있다.
지난 15일 최창원 부회장은 SK가스 지분 52만8000주(6.12%)를 시간외매매를 통해 주당 4만1500원에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SK가스 지분을 매입하는 데 들어간 219억1200만원은 최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SK케미칼 주식 77만주를 담보로 맡기고 신한은행 등에서 대출받아 마련했다.
증권가에선 최 부회장이 거액을 들여 SK가스 지분을 사들인 의중을 파악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향후 SK그룹의 사촌 오너 일가가 계열 분리를 하게 되면 최 부회장은 SK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그룹 집단을 거느리게 된다. 현재 최 부회장은 SK케미칼 최대주주지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13.85%로 높은 수준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SK케미칼 지분을 담보로 빚을 내 SK가스 지분을 대규모로 매집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 SK케미칼과 SK가스의 합병설이다. 차후 SK케미칼이 SK가스를 흡수합병한다면 최 부회장의 SK가스 지분은 SK케미칼 주식으로 변경돼 결국 SK케미칼 지분을 사들인 것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현재에 비해 차후 합병 시점에서 SK가스 주가가 SK케미칼 주가보다 더 많이 오른다면 그만큼 지분 확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SK그룹은 이 같은 합병설에 대해 "전혀 생각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SK케미칼과 SK가스를 두 회사로 같이 키운다는 것이 기본 방침으로 책임경영 차원에서 주식을 매입한 것"이라며 "합병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 맞지도 않고 합병을 하면 오히려 지분율이 낮아져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K그룹 내에 머물러 있는 것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상황에서 계열 분리를 할 이유도 없다"며 "근거 없는 합병설로 주가가 크게 올라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 부회장의 `통 큰` 투자 이후 SK가스 주가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 15일 지분 취득 공시 이후 18일 SK가스는 9.14%(3850원) 오른 데 이어 19일에도 8.6%(3950원) 상승하면서 이틀 동안에만 18.5% 급등했다. 이른바 주식시장에서 가장 센 호재로 불리는 `오너 매집` 효과다. 주당 4만1500원에 SK가스 지분을 매입한 최 부회장 처지에선 이틀 만에 주가가 4만9900원까지 급등하면서 20% 정도 지분 가치가 커진 셈이다.
반면 SK케미칼은 18일 화학주 동반 상승에 힘입어 3.67% 올랐지만 19일에는 0.92% 하락했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창원 부회장의 지분 매입은 그 이름값과 규모를 감안하면 시장에 깜짝 놀랄 만한 임팩트를 준 것"이라며 "SK가스가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은 아니지만 최근의 저평가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충분한 재료"라고 분석했다.
LPG 가스를 수입 판매하는 SK가스는 올해 들어 원료 가격은 오르는데 판매가격은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라 영업과 주가 면에서 모두 저조한 상황이다.
하지만 SK가스는 그룹 차원의 사업구조 개편 전략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공급하던 LPG 충전소를 다수 넘겨받는 등 경쟁사 대비 가장 안정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일경제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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