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염 실리콘마이터스 사장은 분기에 한 번 몇몇 대학의 관련 석·박사 과정을 찾아가 경영설명회를 가진다. 그렇게 알게 된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연을 맺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봉이나 간판보다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주고 커리어패스를 제시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또 이 회사는 신입사원에게도 소액이라도 주식을 지급해 주인의식을 갖도록 한다. 이런 방식으로 실리콘마이터스는 90여명의 우수인력을 보유, 지난해 두 배가량 성장한 525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시스템반도체 업계가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지식경제부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조사 중이지만, 인력은 매년 약 2000명씩 추가적으로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의 이탈 현상까지 겪으며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공급을 늘리는 것이 쉽지는 않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있는 인력이라도 잘 키워낸다면 문제를 일정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에서는 비전을 제시하고 주인의식을 고취하는 한편, 끈끈한 조직력을 통해 사람을 끌어낼 수 있다.
지식경제부는 최근 대학 IT인력 발전방안을 내면서 창의적인 인력 양성과 함께 중요한 과제로 IT인력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것을 내놓았다. 기업이 원하는 실무형 인재로 키워내기 위해 대학 과정에서부터 실무 수업을 받게 하고 학력에 구애받지 않고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능력을 검증받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해외 인력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사실상 해외 인력을 활용하는 것은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측면이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서도 R&D 인력의 10%는 해외 인력이다. 해외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국내에서도 외국 엔지니어들을 채용한다.
중소 팹리스 업체들도 해외에 연구소를 설립하거나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 연구인력을 받아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1970년대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유학의 문을 활짝 열었던 사례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이 국내에서 생활하고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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