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노력은 우리나라의 산업지도까지 바꾸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를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해결하려는 ‘녹색성장’ 기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녹색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녹색보고대회에서 총 40조원을 투자해 수출 362억달러를 달성, 2015년 세계 5대 신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부응하듯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 뛰어든 기업은 2007년 100개에서 지난해 215개로 두 배 이상 늘었으며 같은 기간 고용인원은 3691명에서 1만3380명으로, 매출액은 1조2500억원에서 8조1000억원으로, 수출액은 7억8000만달러에서 45억8000만달러로 각각 증가했다. 우리의 새로운 ‘먹을거리’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조선과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등 대표적 수출주력 분야가 신재생에너지와 기후변화 관련 산업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 조선업체에서 그린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전담할 그린에너지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올해 매출 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태양광·풍력 분야를 2016년 4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를 전담할 사업본부가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그룹 또한 올해 초 녹색경영 글로벌 톱 달성을 위해 2020년까지 태양전지·자동차용 2차전지·발광다이오드(LED) 등 그린비즈니스 분야에서 매출 5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삼성 녹색경영비전 2020’을 발표했다. 특히 최근 삼성정밀화학이 미국 MEMC와 손잡고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본격적인 태양전지 사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그린경영 목표를 발표한 LG는 2020년에 그룹 전체 매출의 10%를 태양전지·차세대조명·차세대전지 등 그린 신사업 분야에서 달성할 계획이다. LG전자는 태양광사업 확대와 함께 차세대조명시스템·공조(ESCO 사업)·스마트그리드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한화케미칼 역시 지난해 중국 태양광 업체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한데 이어 올해 미국 한화솔라아메리카와 국내 한화솔라에너지를 잇따라 설립하고 폴리실리콘 1만톤 생산계획까지 발표하는 등 신재생 분야 ‘광속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 삼성중공업과 두산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표적 조선·중공업 기업들이 풍력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는 등 뜨거워지는 지구를 식히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강희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 원전 사태를 계기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각국 정부와 기업의 관심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국가와 민간 차원이 어우러진 투자가 경쟁적으로 이뤄지면서 산업지도가 더욱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