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존재감 `로터스 에보라`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존재감 `로터스 에보라`

 ‘에보라’라는 이름을 되뇌면 얼핏 에볼라 바이러스가 떠오른다. 중독성 강하고 치사율이 높은 에볼라 바이러스만큼이나 강력한 마력을 지닌 모델이 아닐까하는 상상이 조금 엉뚱한 듯 보이지만, 막상 에보라를 타보고 나면 에보라 또한 얼마나 무서운 바이러스인지 실감하게 된다.

 에보라를 처음 대하면, 섹시하게 잘 빠진 몸매에 대한 감탄과 함께, 스포츠카로서 결코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엘리스와 엑시지에 비하면 거대해진 에보라가 과연 로터스다울까하는 걱정도 생겨난다. 그럼에도 많은 외신들이 경쟁모델로 꼽은 포르셰911 카레라의 1515㎏에 비하면 무려 165㎏이 더 가벼운 1350㎏ 수준이다. 에보라가 이처럼 가벼운 것은 그 동안의 로터스 차들이 그랬듯이 알루미늄 차대와 FRP 바디를 사용하고, 서스펜션에도 알루미늄 단조 위시본을 적용하는 등 로터스의 경량화 기술이 총동원된 덕분이다.

 스타일은 엘리스나 엑시지에 비하면 상당히 차분한 느낌이다. 하지만 잘록한 허리라인에서는 스포츠카다운 섹시함이 돋보인다. 그 허리 덕분에 뒷모습을 약간 위에서 바라보면 엉덩이는 더 풍만해 보인다. 그리고 그 풍만한 엉덩이의 가운데 검은 유리창 안으로 심장이 들여다보인다. 엘리스나 엑시지에서는 누릴 수 없었던 호사다.

 에보라는 이전 로터스들에 비해서는 승하차가 조금 쉬워졌고, 실내도 많이 화려해졌다. 손이 닿는 거의 모든 부분에 가죽을 입혔고, 직경이 작고 스포티한 스티어링 휠은 아랫부분을 잘라낸 D컷 타입이다. 가죽으로 감싼 레카로 버킷시트 속에 몸을 꼭 끼워 넣으면, 서킷으로 돌진하기 직전인양 긴장감이 몰려온다.

 도요타에서 가져와 로터스가 손 본 V6 3.5 DOHC VVTi 엔진은 최고출력 280마력과 최대토크 34.2kg·m를 발휘하며, 2+2 시트 뒤쪽에 가로로 놓인다. 변속기는 도요타 계열 아이신제 수동 6단이 장착됐는데, 머지않아 듀얼 클러치 변속기도 장착될 전망이다.

 시동을 걸었는데 조용하다. 엘리스나 엑시지를 생각했다면 전혀 딴 세상이다. 기어를 넣고 엑셀을 끝까지 밟으면, 계기판에 차례대로 빨간색 동그란 불이 들어오는데, 6500rpm 근처에서 3개가 모두 들어올 때 기어를 변속해 주면 된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회전수가 7200rpm까지 올라가고 응답성이 빨라지고 소리도 더 날카로워진다. 제원상 시속 100㎞ 가속 시간은 5.0초다.

 에보라를 포르셰911과 비교하면 조금 약한 느낌이 들지만, 성능이나 가격을 기준으로 카이맨S를 경쟁상대로 삼는다면 에보라는 충분한 전투력을 갖추었다. 회전 상승은 날카롭고, 뻗어주는 힘도 충분하다. 또, 차체가 커지고 힘이 좋아지면서 고속주행 성능이 크게 향상돼, 시속 260㎞를 넘어서까지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최고속도까지 올라가는 실력은 996 초기 카레라의 느낌과 비슷하다. 바늘이 꾸준하게 올라간다. 시승 중 가볍게 코너링 테스트를 해 봤을 때, 코너링에 대한 기대치는 아주 높았다. 역시 로터스다. 아스팔트를 움켜쥐는 장악력의 한계가 어딘지 일반도로에서는 쉽게 짐작하기가 어렵다. 결국 에보라를 서킷에서 테스트해 보지 않고 평가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나 다름없을 것 같다.

 에보라는 로터스가 보여 줄 수 있는 최대한도 내에서의 안락함을 보유한 스포츠카로, 로터스의 정수인 경량 고성능, 그리고 최고의 핸들링 성능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충분히 보여 주었다.

 참, 에보라는 에볼라와는 전혀 상관이 없고, 에볼루션(Evolution)과, 보그(Vogue), 아우라(Aura)의 합성어다.

 박기돈기자 nodikar@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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