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산불 끄는 집배원

 봄이 되면 전국적으로 산불이 많이 발생한다.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4700여건에 달하고 축구장(7140㎡) 1만6000여개에 해당하는 1만1600ha 산림이 소실됐다.

 특히 1년 중 4월에 발생한 산불은 최근 10년간 1400여건으로 전체 산불 소실 면적의 72%를 차지한다.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에 사람들이 산에 많이 몰리면서 산불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산불을 조기에 예방하는 사람들이 바로 집배원들이다.

 인적이 뜸한 시골길에서 매일 오토바이로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화재 초기진화와 신속한 신고로 대형 화재를 막고 있다.

 얼마 전 강원도 원주의 한 집배원은 우편물을 배달하다 논둑에서 발생한 불을 위험을 무릅쓰고 진화해 대형 산불을 막았다. 당일 산쪽으로 바람이 세차게 불어 큰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에서 다리에 화상을 입으며 신속하게 불을 껐다.

 또 경남 창녕의 집배원은 4000평 규모의 축사에 불이 난 것을 보고 119에 신고한 후 주인과 함께 불을 껐다. 그는 요맘때 산불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틈틈이 야산을 둘러보며 배달을 한다. 또 부여에서는 마을주민이 쓰레기를 태우다 걷잡을 수 없이 불길이 올라 숲으로 번지는 것을 보고 소방서에 연락하고 불을 꺼 대형 산불을 막았다. 지난해 제천의 한 집배원은 밭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하고 입술과 손등에 화상을 입으며 불을 꺼 산림청장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산림청과 협약을 맺고 집배원들이 산림지킴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 전국 우체국에서는 국유림관리소·소방서 등과 MOU를 맺고 화재감시요원으로 활동하거나 산불예방 홍보, 잡목 제거 등을 하고 있다. 수원우체국 집배원 118명은 명예소방관으로 임명돼 화재감시와 화재초기진화를 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집배원은 매일 우편물을 배달하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면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봄과 가을에 화재를 조기에 막아 대형 산불로 번지는 것을 많이 막고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