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바로 방사성 물질에 대한 피폭 우려다.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각종 난치성 질환·암·기형 그리고 사망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국내 방폐물관리사업이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부지 선정에만 19년의 시일이 걸렸다는 점에서 방사성 물질에 대한 거부감은 단편적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실제 우려와는 달리 방폐장과 방사능 피폭과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 원자력발전으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은 고준위와 중·저준위로 구분된다. 고준위는 폐연료봉 등 방사능 함유량이 높은 물질이며, 중·저준위는 원자력발전소나 병원·연구기관·산업체 등에서 방사선 작업자가 사용한 작업복이나, 장갑 등이다. 방폐장에서 처분되는 것은 중·저준위 폐기물이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철제드럼 형태로 봉인돼 처분용기·처분고·자연방벽으로 이루어진 처분시설로 옮겨진다. 방폐장에서 나오는 방사선량은 연간 0.01밀리시버트(mSv)로 흉부 엑스레이 촬영시 수치가 0.1~1mSv인 것을 감안하면 미미하다. 때문에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은 방폐장 유치를 방사능 피해로 연결하는 건 엄청난 비약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방사성 폐기물 처리 과정은 꽤나 치밀하다. 발생지에서 처분장까지 가는 동안 방사성 폐기물은 수많은 검사와 안전장치들을 거친다. 우선 발생지인 원전에서 예비검사를 거친 후 운반용기에 포장돼 방폐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운반은 대부분 해상운반을 시행한다. 육상운반에 비해 대량 운반이 가능하며, 사고위험성이 낮은데다 공공에 대한 노출도 적기 때문이다. 특히 폐기물 운반선은 이중선체·이중엔진 구조로 설계돼 만일의 사고에도 방사성 폐기물 누출을 예방할 수 있다. 여기에 자동충돌예방장치·선박자동식별장치 등의 통합 항해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최적의 기상상황에만 운행하는 등 엄격한 운항조건을 적용하고 있다.
처분장에 도착한 폐기물은 철근 콘크리트 처분용기에 담겨 지하 130m의 처분동굴에 저장된다. 처분동굴이 다 차면 빈 공간을 채움재로 메우고 입구를 콘크리트로 밀봉한다. 처분동굴은 내진설계가 돼 있는 돔형 건축물로 내부압력과 지진·쓰나미 등 외부충격에도 강하다. 보통 이렇게 처분된 폐기물은 300년 정도 지나면 방사능이 감소돼 자연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197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한국 원자력산업이 3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내오면서 방사성 폐기물 처리기술도 그만큼 발전했다. 특히 토질과 지반상태에 관계없이 굴착공사가 가능한 니틈공법은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시설안전 기술이다.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 사이를 연결하는 세이칸 해저터널과 국내 지하철 5호선의 한강 하저터널에도 이 공법을 사용했다. 여기에 추적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빈틈없는 폐기물 관리를 구현하고 있다.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지난 3월 공단 본사를 경주로 조기 이전하면서 방폐장 안전운영을 위한 현장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민계홍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이사장은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에 이견이 있을 수는 없다”며 “국제 수준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갖추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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