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전략산업에 전략이 없습니다. 목표를 어떻게 실행할지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며 지역전략산업 육성에 관한 기반을 만든 문정기 조선대 교수(전 광주테크노파크 원장)는 최근의 정부 지역전략산업 정책에 대해 “목표를 정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방법을 세밀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전부 ‘돈’ 따고 받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문 교수는 “서로 역할이 불분명하다 보니 지원기관도 너무 복잡하고, 지자체별 사업도 지나치게 중복돼 있다”며 “한국산업기술연구원을 포함해 지역 지원 역할이 이중 삼중 구조로 중첩돼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활용도 문제입니다. 사업별 과제평가도 중요하지만, 전체 사업의 흐름을 읽고 지원할 모니터링도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런 시스템이 눈에 안 보입니다. 점수화되는 평가만 받으면 그걸로 모든 게 종료됩니다. 실정이 이러니 테크노파크간 사업 정리도 안 되지요.”
문 교수는 이의 해결을 위해 지식경제부가 운영하는 프로그램 디렉터(PD)제를 지역에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제 공모기간도 문 교수는 오픈형으로 운영할 것을 주문했다. 유럽처럼 정부에서 사업기간만 정하고, 언제 어디서든 과제 제안을 받아 시행하자는 것.
이와 함께 문 교수는 지역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전국 각 지역과 서울·수도권을 접목해 활용하는 적절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경기지역에 전국 자원의 70%가 몰려 있는 만큼 이를 서로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예를 들어 강원테크노파크가 플라즈마 부품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경기북부에 활성화돼 있는 LED 및 OLED산업을 지원하는 구조와 맞물려 있는 것처럼 서로가 윈윈하려는 방안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지금은 각 지자체가 로봇이든 바이오산업이든 정부사업이 만들어지기만 하면 몰려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경쟁이 문제가 아니라, 특색 없는 각 지역이 너도나도 달려들다 보니 국력을 낭비하는 요소로 작용하는데다 지자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업을 찾지 못하는 병폐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에 대한 정부 투자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없어 보이는 것은 돈을 잘못 썼거나 돈을 잘못 줬거나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예산을 집행하는 유효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합니다.”
문 교수는 “아직도 수요자 중심의 책상 위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것이 문제”라며 “우선 지역 자원이 무엇이 있는지, 강점은 뭐고, 약점은 뭔지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