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으로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스마트그리드사업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스마트그리드사업본부와 스마트시티사업본부를 합쳐 스마트인프라사업본부로 통합, 장기전에 대비한 포석을 뒀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의 이번 조직개편을 두고 “이번 개편은 사실상 SK텔레콤 스마트그리드사업의 축소개편으로 풀이된다”며 “스마트그리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다른 통신업체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SK텔레콤은 지난 14일 슬림화에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스마트그리드사업을 전담하던 스마트그리드사업본부는 스마트시티사업본부와 통합돼 스마트인프라사업본부로 재편됐다. 스마트인프라사업본부장은 기존의 하호성 스마트시티사업본부장이 맡게 됐다.
업계는 스마트그리드사업에서 기대한 만큼 성과를 거두기 힘들게 됐다는 SK텔레콤의 판단이 이번 조직개편의 결과로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국내 통신업체들이 처음 스마트그리드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기대했던 부문은 ‘전력판매사업’ 참여다. 하지만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전력판매 경쟁체제 도입을 중·장기적인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목표만 제시해 둔 상태다. 또 시범적으로 전력판매를 수행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여겼던 스마트그리드 거점지구(도시) 선정도 내년 이후 검토하는 것으로 최근 결정돼 사실상 전력판매사업 참여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은 국내 사업 환경의 조기 정착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해외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결정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전력판매 외에 통신업체들의 참여가 유망한 전력 수요반응(DR) 부문도 비교적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아직 불확실한 점이 많아 큰 기대를 걸기 힘들다는 게 통신업계의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통신업체들이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추진하기 힘든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SK텔레콤도 스마트그리드는 미래 사업인 만큼 길게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SK텔레콤의 조직개편이 여건상 부진했던 u시티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현재 삼성전자·일진전기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제주도에서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중국 등 해외시장으로의 진출도 지속 추진 중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조정은 사업 강화 측면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졌다”며 “각 본부에서 갖고 있는 능력을 합쳐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