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26일 “거대 권력이 된 대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자본주의 원칙에 입각해 (대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공적 연기금을 통한 주주권 행사가 가장 적절하다”고 말했다.
곽 위원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및 지배구조 선진화’ 토론회의 기조연설에서 대기업들의 방만한 운영과 동반성장에서의 미온적 태도 등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곽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 적립액은 324조원에 달했고, 적립금의 17%인 55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해 총 139개 국내기업에 대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적립액은 매년 지속적으로 늘어 2043년에는 2500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우리 경제가 대기업들의 거대 관료주의를 견제하고 시장의 취약한 공적 기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도 공적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곽 위원장은 “삼성전자의 경우, 수년 전부터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가 예견됐는데도 기존 휴대폰 시장에 안주해 결국 ‘아이폰 쇼크’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국민연금은 지분(5.0%)이 삼성생명(7.45%)에 이어 두 번째로 많고, 이건희 회장(3.38%)보다도 많다”면서 “기존 아이템에 안주하려는 경영진에 대한 경제와 경영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제대로 했는지 매우 의문스럽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곽 위원장은 또 대기업들이 국민의 미래 먹을거리가 될 새로운 분야의 개발이나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도 미온적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경제가 아직 노블레스 오블리주 구현을 위한 성실 납세와 동반성장 등에 취약하고 정부의 요구가 있어야 마지못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포스코, KT 등 오너십이 부족한 대기업도 방만한 사업 확장 등으로 주주 가치가 침해되고 국민경제에 역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스스로 혁신이 없는 시장은 성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곽 위원장은 다만 “관치논쟁 등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연금 자체의 지배구조를 개편해 기금운영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수과제”라고 덧붙였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