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그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대기업 한두 곳에서 다 감당할 수가 없다. 분야별로 전문화된 팹리스 회사들이 같이 발전해야만 한다.
전 세계 팹리스 산업은 2010년 매출 규모 65조원으로 세계 반도체 산업 매출의 23%를 이미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팹리스 산업은 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그 성장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앞서가는 대만은 고사하고, 자국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정책에 힘입어 중국의 팹리스 산업도 2010년 6조원의 매출 규모로 성장하면서 이미 우리를 훨씬 앞서가고 있다. 이제 우리 팹리스도 대형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만 한다. 대안으로 팹리스 연합체 중심의 솔루션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다.
반도체사업의 대형화는 물량이 아주 크고 시장 성장세가 강한 응용 분야에서 가능하다. 대표적인 예로 스마트폰을 포함하는 휴대폰 그리고 디지털TV(DTV)를 들 수 있다.
중국, 인도, 브라질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를 포함하는 신흥국 시장이 신규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소비 양극화 현상이다. 브랜드 제품과 함께, 브랜드보다는 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저가 제품(White box product) 시장이 급성장하는 점이다. 시스템의 기능이 시스템반도체에 다 녹아 있기 때문에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 경우 시스템업체의 역할은 축소되는 반면에 반도체회사가 솔루션 제공업체의 역할을 맡으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휴대폰용 베이스밴드 모뎀 프로세서나 DTV칩들은 모두 대기업 중심의 수요연계형 과제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와 병행해 해외 저가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팹리스 중심의 수출 지향적 솔루션 프로젝트도 적극 추진돼야만 한다. 베이스밴드모뎀을 중심으로 RF,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커넥티비티, 파워매니지먼트와 함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포함하는 휴대폰의 토털솔루션을 관련 전문 팹리스들이 연합체 형태로 개발함으로써 시장을 개척하자는 뜻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인력과 기술들을 결집하면 위와 같은 솔루션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팹리스 모델은 우리 대기업과 보완적인 관계로 충분히 발전 가능하다.
아날로그 TV가 DTV로 전환되면서 신흥국 중심으로 크게 성장할 화이트박스 DTV 시장도 좋은 솔루션 분야로 꼽을 수 있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는 1990년대에 DTV를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DTV 반도체는 미국의 브로드컴, 대만의 엠스타 같은 팹리스들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신흥 시장을 타깃으로 팹리스 연합체 중심의 DTV 솔루션 사업도 충분히 성공의 가능성이 있는 분야다.
이제 시스템반도체 특히 SoC 시장은 단품 위주에서 시스템 솔루션 위주로 변화한다. 이 때문에 관련 팹리스들이 각자의 전문 영역을 심화하면서 동반 발전할 수 있는 연합체 형태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생태계 조성에 제대로 된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필요하며 특히 정부도 지금까지 대기업 수요연계를 통한 수입 대체 효과 중심의 과제 기획에서 리스크가 있더라도 팹리스 중심의 수출지향적 과제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나라의 대기업 중심의 시스템업체와 팹리스들이 흩어진 자원을 모아 상호 보완적 관계로 동반 발전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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