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디스커버리
피터 매시니스 지음. 이수연 옮김. 생각의 날개 펴냄.
선사시대를 통틀어 인류 역사를 살피다 보면 사람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추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절실했던 것은 난로와 창고, 논밭과 같은 생존과 직결된 생활 인프라였다. 그 다음으로 유리·음식·금속·도자기 등과 식량을 저장할 수 있는 수단이었고, 세 번째는 용해·문자·농업·측량·공업 등 보다 진보된 생활 양식이었다. 마지막으로 힘과 에너지, 상호 의존 등과 같은 과학적 개념을 원하게 됐고, 이 모든 것을 결합한 행위가 의사소통이었다.
인간은 과학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로 역사상 중대한 발견과 발명을 이뤄냈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과학적 진보 없이는 불가능했다. 물론 과학기술의 발전이 역사에 폐해를 끼친 것도 사실이다. 위대한 과학적 성과물인 원자력 발전이 최근 일본 대지진으로 심각한 방사능 피해를 가져다 주고 있는 것은 당장 현실에서 목도할 수 있는 부작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백년 동안 인류 역사는 눈부신 속도로 발전했고, 가장 큰 원동력은 과학기술과 과학자들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중력 현상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최초로 원리를 규명한 이는 뉴턴뿐이었다. 유전 형질이 뒤섞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이는 멘델이었고, 퀴리 부인의 방사능 연구는 오늘날 원자력 발전의 태동이었다.
책은 인류 역사에서 과학자들의 호기심과 지적 갈망이 이뤄낸 100가지 위대한 과학적 발견을 수록했다. 물리학자들은 어떻게 방사능을 발견하게 됐는지, 원자가 쪼개질 때 에너지를 방출하는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식물에서 생물학적 활성을 갖는 화학물질을 추출하는 방법은 어떻게 배웠는지…. 말 그대로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꾼 과학적 발견과 발명의 사례를 추려 흥미로운 일화와 함께 담아냈다.
제임스 와트가 난롯가에 앉아 있다가 주전자 뚜껑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어 증기 기관을 발명했다는 얘기는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보다 80년 가량이나 앞서 영국의 토머스 세이버리가 증기 기관을 발명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제임스 와트는 증기 기관을 처음 발명했다기보다, 실제 쓰임새 있게 발전시킨 과학자다. 콜럼버스가 “지구는 평평하지 않다”고 말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미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놀라지 않았다고 한다. 피타고라스의 정리 또한 피타고라스가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동안 고정관념처럼 알고 있던 어렴풋한 지식들이 잘못됐고, 재미있는 뒷얘기를 담고 있다고 책은 전한다.
과학사에서 발견과 발명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새로운 발견이 전환점을 제공했고, 훗날 또 다른 진보에 실마리도 줬던 게 사실이다. 숱한 발견들이 하나의 경험 법칙으로 발전했다는 점에서 측정과 통계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한 과학자의 생애와 업적을 단 몇 페이지로 요약하는 일은 사실 무리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래서 가시 철사, 나사, 둥근 톱, 레이더, 물레, 숯 제작법, 재봉틀, 큰 삼각 돛 등 인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 나머지 100대 과학적 발명과 발견의 후보를 놓고도 많은 고심을 했단다.
2만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