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이면서 추가 발전 시스템을 더해 전기자동차의 최대 약점이었던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린 최초의 양산 전기차 쉐보레 볼트의 언론 시승회가 인천에 있는 한국GM의 청라 주행시험장에서 개최되어, 잠깐이나마 화제의 전기차 볼트를 시승해 보았다. 볼트는 이미 미국의 7개 주에서 판매가 되고 있다.
아직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혼동하는 이들이 가끔 있는데, 볼트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어 구분이 더욱 애매하다. 쉽게 설명하면 볼트는 구동력으로 전기모터만 사용하는 전기자동차지만, 충전 배터리 외에, 추가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휘발유 엔진 발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충전된 배터리를 사용해 주행하게 되며, 배터리의 전기가 다 소모되면, 급하게 충전 시설을 찾을 필요 없이 휘발유 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려 생산한 전기로 계속 주행할 수 있다.
볼트는 111㎾의 전기모터를 주동력으로 하며, 발전기와 연결된 55㎾ 전기모터를 보조동력으로 사용한다. 배터리 용량은 16㎾h로 가정용 240V 전원으로 4시간이면 완충이 가능하다. 이렇게 완충된 배터리로는 최대 80㎞까지 주행할 수 있으며, 속도는 최고 시속 161㎞까지 낼 수 있다. 전기자동차로서 주행거리 80㎞는 부족한 편이지만 평균적인 출퇴근 거리는 커버할 수 있는 정도다.
주행 거리가 80㎞를 넘어 배터리의 전기가 다 소진되면, 1.4리터 휘발유 엔진으로 발전기를 가동하며, 약 35리터의 휘발유로 최대 530㎞를 더 주행할 수 있어, 총 주행가능 거리는 610㎞에 이른다. 휘발유만의 연비는 리터당 약 15㎞ 정도로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휘발유에 의한 발전 시스템은 유사시 보조용으로 사용하고, 평소에는 플러그인 충전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실제로 미국에서 볼트를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거의 휘발유를 사용하지 않고 주행하고 있다고 한다.
볼트의 디자인에는 심플한 선들이 사용되고 있지만, 여러 요소들에서 전기차 분위기가 물씬 난다. 스타일이 상당히 세련된 점도 볼트의 장점 중의 하나다. 차체는 길이가 4498㎜, 휠베이스가 2685㎜로 준중형급에 해당돼, 소형차 위주의 전기차에 비하면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실내 디자인도 컨셉트카를 보는 듯 미래적이고 세련됐다.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로 센터페시아 중간쯤에 있는 파워 버튼을 누르면 수 초만에 대기 상태가 된다. 소위 부팅이 된 거다. 당연히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일반 자동차의 자동변속기와 똑같이 생긴 기어를 D에 놓으면 이후 주행 방법은 일반 자동차와 똑같다. 다만 아무리 빨리 달려도 시끄러운 엔진 소리가 나지 않을 뿐이다. 소리 없이 달리는 전기차가 어색하다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기자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한정된 공간이긴 했지만 약 1㎞에 달하는 직선 구간에서 시속150㎞를 살짝 넘기는 속도까지 가속해 보았는데, 전기차의 특성상 초반 가속이 뛰어나고, 중속 이상의 가속력은 꾸준했다. 제원상 시속 100㎞ 도달은 9초가 걸린다. 하체 세팅도 상당히 세련됐고, 스티어링 반응도 안정감이 좋았다.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는 배터리가 차체 중앙 바닥에 자리잡고 있어서 안정감이 더 높은 듯 하다. 8개의 에어백을 포함한 안전 장비도 최고 수준이며, 보스 오디오 시스템 등 편의 장비도 충분하게 갖췄다.
가장 관심 있는 국내 시판 시기와 가격에 대해서는 어느 것도 아직까지 명확한 것이 없다. 전기 충전 인프라 구축과 소비자의 구매 욕구 증대, 그리고 정부의 세제 지원 등이 모두 갖춰지기를 기다리기엔 전기자동차, 특히 볼트가 가진 매력이 너무 크다.
박기돈 기자 nodikar@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