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초전도 발견 100년, 꿈을 현실로

[ET단상]초전도 발견 100년, 꿈을 현실로

 지난 4월 8일은 초전도 현상을 발견한 지 100년이 되는 날이었다. 최근 일본열도에서 일어난 대지진과 해일에 이은 핵문제 등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미래 에너지·환경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초전도 기술을 다시 소개하고자 한다.

 초전도는 일정 온도 이하에서 물질의 전기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이다. 초전도 현상을 나타내는 초전도체를 송전 케이블 등 전력기기에 적용할 경우 전력손실이 발생하지 않아 전력계통의 손실을 줄이고, 나아가 전력계통의 효율성과 신뢰성, 그리고 친환경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고자기장을 필요로 하는 MRI, 자기부상열차, 핵융합로의 고온 플라즈마를 가두기 위한 고자장 자석 등 용용분야는 확대 추세다.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카메를링 온네스(Kamerlingh Onnes)는 100년 전 수은을 냉각하면서 전기저항을 측정하던 중에 수은의 저항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온네스는 191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고, 이때부터 저항이 사라지는 물질을 초전도체(Superconductor)라 부르게 됐다.

 이후 많은 과학자들 초전도체를 연구하기 시작해 납(Pb), 니오비움(Nb) 등의 초전도체를 발견했다. 질화니오비움(NbN), 니오비움주석(Nb3Sn), 1970년대는 니오비움게르마늄(Nb3Ge)까지 뒤를 이었다.

 1986년에 또 한번의 획기적인 발견이 나왔다. 스위스 IBM 연구소의 베드노르츠(A. Bednortz)와 뮐러(Karl A. Muller)가 세라믹 합성물(La〃Ba〃Cu〃O)이 35K에서 초전도성을 갖는 것을 확인 한 것이다. 1987년에 중국계 미국 과학자 우(M. K. Wu)와 추(C.W. Chu)는 액체질소온도(77K) 이상인 92K의 임계온도에서 초전도성을 띠는 합성물질(Y1Ba2Cu3O7-d)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어 125K 임계온도를 나타내는 합성물질과 2001년, 2009년에는 철계 초전도체까지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일반인들은 초전도기술이 실제 우리 생활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서 조기 암 진단이나 정밀 검진에 사용하는 MRI(자기공명영상장치)는 대부분 초전도자석으로 만든 제품이다. 동일한 원리로 핵자기공명현상을 이용한 NMR 역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로 초전도자석을 사용한다.

 미국, 일본 및 유럽을 중심으로 초전도체를 이용한 초전도 전력기기 개발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국내는 1990년대부터 정부 지원 아래 한국전기연구원, 대학 및 기업체가 공동으로 초전도 응용기기 실용화 연구를 수행해 왔다. 2001년 21세기 프론티어사업은 고온초전도선, 전력케이블, 모터, 한류기 및 변압기를 개발하며 국내 초전도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실제로 한국전력은 개발된 초전도 전력기기를 전력계통에 적용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향후 제주 스마트그리드 시범단지에도 초전도 전력케이블과 한류기가 설치·운전될 예정이다.

 초전도 연구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늦었지만 30여년 전부터 초전도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정부의 안정적인 연구비 지원을 통해 초전도 기술에 대한 연구 기반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고, 많은 연구 인력이 양성되는 등 초전도 실용화를 위한 토대가 확고하게 구축됐다고 자평하고 싶다.

 100년 전 신비한 현상으로만 비쳐졌던 초전도는 이제는 꿈이 아닌 산업적으로 실현 가능한 기술이 됐다. 인류 문명을 위협하는 에너지·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수단으로서 초전도 기술이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성기철 한국초전도·저온공학회 회장(kcseong@ke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