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답은 `문화`다

 “대만 중소기업들은 삼성전자와 비슷한 단가에 부품을 조달해 놀랐습니다. 공동 구매를 통해 가능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룹 관계사조차도 쉽지 않은 데 말입니다.”

 중소·벤처업계로 돌아선 전 삼성전자 고위임원 출신 대표로부터 들은 말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나말 잘되면 그만’이라는 편협한 마인드를 비꼰 것이다.

 지난해 기자가 실리콘밸리를 찾았을 때 현지의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실리콘밸리의 선순환 벤처생태계를 강조하며, 마이크로소프트 등 현지 대기업 CEO들이 수시로 수십·수백개 벤처기업을 초청해 그들의 단기와 중장기 미래 기술비전을 공개한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벤처는 기술개발 방향을 잡고 대기업은 필요 기술을 조달한다는 것이다.

 문화적 차이다. 우리나라의 후진 기업 문화요, 미국과 중소기업이 크게 번창하고 있는 대만이 앞선 문화다.

 사공일 회장은 제주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에서 10년 넘도록 지겹게 논란인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대해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각에서 서로를 위하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문화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으로 연결시켰다.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CSR에 위배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게 하루 아침은 아니겠지만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는 곪아 터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의 지적이 옳다. 지겨울 정도로 나오고 있는 대·중소기업 상생, 동반성장 대책은 분명 한계가 있다. 아무리 좋은 대책이 나오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규제를 피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이제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서로 귀를 열고 열린 마음으로 서로 대화를 하도록 해야 한다.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다국적 대기업과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이 무엇인지 함께 맘을 터 넣고 얘기해야 한다. 사공일 회장은 이같은 상생의 문화와 풍토를 강조하며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 강요를 해서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안 그러면 대기업도 살길이 없어진다”고 경고했다. ‘목 비틀기식’ 정부와 대기업의 정책은 우리 위상을 고려할 때 정말 부끄럽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