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PLM이요? 국내에서 가능성이 있을까요?”
한 제조 대기업의 제품수명주기관리(PLM) 담당 부장은 모바일기기용 PLM 솔루션 애플리케이션 출시 소식을 듣자 고개를 내저었다. “만약 이 스마트패드에 설계 도면이 떠 있고 당신이 경쟁사 관계자라면 어떻겠습니까?” 이 담당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업무용 스마트패드를 기자의 눈앞에 들어 보였다. 그리고 “외국에서라면 모르겠지만 아직 국내 모바일 PLM 시장은 요원해 보인다”고 단언했다.
반면 모바일 PLM 솔루션 홍보 등을 이유로 한국을 찾은 글로벌 PLM 소프트웨어 기업 마케팅 임원은 인터뷰 내내 자신감에 차 있었다. 이 임원은 “최근 한 자리에 모인 7~8명의 글로벌 기업 임원들이 모두 아이패드를 들고 있었다”며 “개인용일 수도 있지만 업무용으로 활용이 확대 되고 있고 이미 많은 기업고객들의 요구로 모바일 PLM 솔루션을 내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안을 걱정하는 질문에는 모바일 PLM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음은 물론 고도의 보안 체계를 접목해 보안에도 걱정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모바일 오피스를 추진하는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생산성’이 아니라 ‘보안’이다. 이달 현대자동차그룹이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오피스 개발을 추진하면서 이메일의 첨부 문서를 확인할 수 없도록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행여나 도면이라도 유출되면 큰일”이라며 “그룹 모바일 오피스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가장 중점에 두고 있는 것이 바로 보안”이라고 강조했다.
올 들어 모바일 기기로 각종 경영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는 삼성전자, 또 업무용 문서를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고 있는 포스코,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들도 ‘생산성과 보안’의 양갈래를 두고 고심에 빠져 있다.
사무실 업무의 50%가 문서 업무로 이뤄져 있다는 한 조사 통계에 비춰볼 때 근본적으로 보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추진하는 모바일 오피스도 결국에는 ‘반쪽짜리’로 전락할 수 있다. 기업들은 모바일 오피스가 주는 달콤한 환상에서 보안이라는 현실 앞에 깨어난 것이다. 전에 없던 모바일 열기 속에서 아무도 해답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기업들의 고민을 더하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