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칼럼]IT조직의 위상, 새로운 희망을 기대하며](https://img.etnews.com/photonews/1105/123096_20110429145732_616_0001.jpg)
지난 1984년 공군장교 전산특기 1기생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은행이라는 낯선 곳에서 IT업무에 종사한 지 어느덧 27년의 세월이 흘렀다. 강산이 세 번 가까이 바뀌는 동안 IT에 근무했지만 아직도 살얼음을 걷는 듯한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과중한 스트레스로 밤잠을 설치는 걸 보면 직업병이 단단히 걸린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지금도 사무실에 들어서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시스템의 정상 가동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희열을 느끼는 걸 보면 IT가 천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얼마 전 국내 금융기관들의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과 사상 초유의 장시간 시스템 가동중단으로 IT와 거기에 종사하는 인력이 전례 없이 큰 주목(?)을 받는 걸 보고 선배로서 참으로 안타깝고 착잡한 심정이 들었다. 밤잠을 설치고 때론 가정사도 접은 채 묵묵히 고생하며 쌓아온 그동안의 공든 탑이 일순간에 무너지는 아픔을 너무도 잘 알기에 한동안은 식욕도 잃은 채 멍하게 지내기도 했다.
소위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문제발생 원인에 대해 ‘안전불감증 만연’, ‘전산망 관리 소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등 다양한 진단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본질적으로 문제의 근원을 찾는다면 IT조직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폄하하고 근시안적인 시각으로만 접근하려 한 데서 생겨난 문제들은 아닐까 하고 자문해본다.
자동화기기,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전자금융 거래의 비중이 월등히 높은 금융산업에 있어 IT는 해당 기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척도로 인식되고 있고 투자규모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처리 속도, 고객 편의성 등을 높이기 위한 하드웨어적인 측면에 지나치게 편중해 인력을 포함한 소프트웨어적인 면이 일정 부분 간과되고 있었던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스페셜리스트나 제너럴리스트 등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새로운 경력경로를 모색하는 경우도 많이 접했다.
자주 만나는 금융권 최고정보책임자(CIO)중 대다수가 IT 전문인력 확보의 어려움과 함께 기존 인력의 이탈을 걱정하고 있는 점은 IT조직관리 차원에서 또 다른 운영리스크라 여겨진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IT 조직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과 대안은 무엇일까? 우선은 개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그러한 역량을 적재적소에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조직구조로의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문 분야에서 근무해도 전체 조직 내에서 받는 불이익이 없고 역량을 발휘하고 성장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IT 인력의 이탈은 상당 부분 해소되리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 하에서 IT조직이 지향해야 하는 바람직한 구조는 정답이 있을 수 없으며 해당 기업이 처해 있는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의 경우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채택한 아웃소싱을 10년 이상 진행하고 있다. 아웃소싱이 지닌 한계와 문제점을 계속해서 보완해 나감으로써 아웃소싱 추진을 검토 중인 입장에서 본다면 선택 가능한 또 하나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사안으로 다시 돌아가 빈번히 발생하는 전산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IT 전문인력의 역할과 조직에 대한 자긍심을 회복시키는 데서 출발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경영전략 차원에서 IT 전반을 관장하고 책임지는 CIO에게는 구성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그에 합당한 권한이 확실하게 보장돼야 한다. 또 구성원들의 역량을 키워나가기 위한 인재육성 부문의 투자 확대와 더불어 사용자들에게 IT 조직의 존재가치를 높이기 위한 개방적 접근이야말로 IT에 종사하는 우리 모두의 시대적 과제이자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확신한다.
정순정 산업은행 IT센터 부행장 kdbcsj@kd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