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당무계’라는 사자성어를 기억하는가. 말이 터무니 없어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황당’은 장자에 처음 등장했다. 장자 ‘천하편’에서 황당은 마음대로 논하지만 치우치는 일이 없고 한 가지에만 얽매이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경영에 적용하면 어떨까. 틀에 박힌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자유롭게 상상하는 자율경영과 기상천외하고 창조적인 사고를 위한 창의 경영에 부합한다.
이재석 심플렉스인터넷 사장(44)의 경영 스타일이 그런 식이다. “회사는 자유로워야 합니다. 생각이 자유롭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직원끼리, 직원과 임원끼리, 심지어 직원과 대표 사이에도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자율경영을 위한 기본이 바로 소통입니다. 소통은 상호존중에서 시작합니다.”
일반인에게는 낯설지만 심플렉스는 ‘카페24’라는 쇼핑몰 구축 솔루션으로 잘 알려진 기업이다. 온라인 상거래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이를 하루 24시간·365일 관리해 준다. 카페24는 이 분야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로 창업한 지 12년. 부침이 심한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강산이 한 번 변하는 사이 시장을 평정하는 데 성공했다. 10년 전 직원 20여명으로 출발한 기업이 530명을 훌쩍 넘겼다. 지난해 매출 40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53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창업 이후 단 한 번도 매출이 꺾인 적이 없다.
“욕심을 부리지 않은 게 지금의 심플렉스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보다는 시장과 산업을 보고 뛰었던 게 주효했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던 게 결과적으로 기초가 튼튼한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좀 우직할 정도로 원칙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심플렉스는 회사 운영에 필요한 기본원칙을 제외한 모든 게 자율이다. 처음 들을 때는 “황당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표적인 게 회식 문화다. 회식 자리도 많지 않지만 결코 강요하지 않는다. 참석하고 싶으면 참석하고, 빠져도 별다른 페널티가 없다. 그냥 개인 의지에 맡긴다. 또 회식비를 복지기금으로 적립해 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회식에 빠지더라도 자기 몫은 고스란히 적립되는 식이다. 직급에 관계없이 모두 존칭을 쓰는 점도 이채롭다. 주차도 선착순이다. 대표·임원이라고 혜택은 없다. 대신에 주차권을 사고팔 수 있다.
‘레저 휴가’라는 제도도 있다. 연·월차 등 기본 휴가 외에 별도 휴가비를 주고 매월 쉬도록 권장한다. 경제적 부담 없이 그냥 맘 편하게 쉬라는 의도다. 중소기업이지만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 시대에는 오히려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훨씬 생산적입니다. 소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로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존칭 문제도 작은 것 같지만 효과는 상당합니다. 게다가 사람은 기계와 다릅니다. 오히려 잠깐의 충전이 더 큰 능률을 가져 옵니다. 쉬지 못하면 아이디어도 고갈되고 이는 회사 전체 경쟁력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나친 자율이 오히려 조직 운영의 기본인 기강이나 원칙을 무너뜨리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들 정도로 자율성을 강조한다. 이 사장은 이에 대해 한 마디로 “기득권은 인정하지만 특권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기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생각이 취미라는 그의 회사 운영 방식도 재미있다. “어떤 일을 시도할 때, 과연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는 게 정답에 가까운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해 보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눈에 잡히지 않는 그럴싸한 해법보다는 오히려 작지만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대안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 사장은 “‘발명적 접근’이 아닌 ‘발견적 접근’을 하는 사고방식이 중요하다”며 “작은 기업이지만 심플렉스가 치열한 인터넷 쇼핑몰 시장에서 신뢰를 쌓아가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
사진=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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