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전설의 록 그룹 비틀즈는 4명의 멤버로 구성됐다. 개성 강한 이들이 오랜 기간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 덕분이다. 상대적으로 시선이 적게 가는 드럼을 무대 중앙에 배치하고, 새로운 앨범을 내놓을 때면 드러머 링고 스타를 위한 노래를 따로 만들었다. 또 역할 분담을 통해 구성원 각각이 주연이 되도록 했다. 이처럼 서로에게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창의적인 팀워크를 펼칠 계기가 마련됐고, 이는 성공으로 이어졌다.
비틀즈의 사례를 기업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양날의 칼, 조직 다양성 다루기’ 보고서를 통해 “조직 다양성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며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외부 환경 요인의 다양성만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의 다양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의 인력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다. 500인 이상 기업체에서 여성 근무 비율은 30.2%, 직장인 중 신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기준 23.8%, 국내 체류 외국인 수도 100만명에 이를 정도다. 인종·성별·가치관 등이 다른 조직원이 한 회사에 모이는 일도 늘어난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갈등을 유발할 수도, 창의와 혁신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
보고서는 다양성이 긍정적 효과를 불러오려면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자기 분야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와 협력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다재다능형 인재상’ 정립이 필요하다.
또 창의적 팀워크와 건설적인 논쟁을 촉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다양성을 조직문화 차원으로 체화할 것을 주문했다. 코닝의 경우 ‘글로벌 다양성 부서’를 운영하며 다양성을 기업의 핵심 DNA로 내재화하고 있다. 다른 선진 기업도 다양성 관리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 조직문화에 생기를 불어넣는 작업에 나섰다.
국내 기업 역시 다양성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경영학회는 2020년 10대 경영 키워드로 ‘다양성 포용 경영’을 선정하기도 했다.
윤우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다양한 구성원들의 물리적 집합이 아닌 화학적 융합을 통해 다양한 인적자원이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한다”며 “서로의 차이가 존중되고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며 시너지를 창출할 때 조직 다양성은 혁신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단계별 다양성 관리 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