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콘텐츠산업에 금고를 열기 시작했다. 영세한 콘텐츠 제작업체 지원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2009년 도입한 완성보증제에 은행들이 잇따라 구체적인 사업 참여 방안을 내놓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10억원을 완성보증제에 출연한 데 이어 출연금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국민은행과 기술보증기금도 조만간 협약식을 갖고 콘텐츠 제작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기업은행은 앞으로 3년 동안 총 1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고, 일부 자산운용사 역시 콘텐츠산업 분야 진출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수출입은행 위주로 운영돼 왔던 완성보증제에 이처럼 시중은행이 잇따라 동참하면서 수혜대상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수출입은행은 주로 수출계약이 성사된 프로젝트에 보증을 해 왔지만, 시중은행의 참여로 내수 시장을 위해 개발된 게임·영화·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모철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시중은행은 리스크를 감안해 투자를 꺼려 왔다”면서 “하지만 가치평가모델이 개발되고 그 근거로 합리적 판단이 가능해지면서 참여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완성보증제는 기술보증기금이 보증서를 발급해 주면, 이를 근거로 콘텐츠업체가 일반은행에서 4.5∼5%대의 저리로 대출해 주는 제도다. 보증서 발급은 통상 각 기관이 출연한 금액의 5∼10배수로 이뤄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조성된 기금으로는 1000억원가량의 보증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까지 게임·애니메이션·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26건의 프로젝트에 대해 209억3300만원 규모의 완성보증이 이뤄진 상태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아테나(30억)’ ‘나쁜남자(10억)’도 완성보증을 통해 지원, 제작된 바 있다.
문화부는 내년도 이 분야의 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것을 추진하는 한편 2년 내 참여기업 확대를 통해 최대 보증효과를 3000억원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다.
문화부 한 관계자는 “물적 담보 없이도 신용대출 형태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영세한 업체들에게는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이 이처럼 콘텐츠에 눈을 돌리는 것은 투자 리스크가 해소되고 있는 데다 콘텐츠산업의 잠재적 성장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국내 콘텐츠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3조5000억원 증가한 72조5000억원으로 성장했다. 특히 콘텐츠 관련 상장사의 영업이익률은 20%를 기록해 전체 상장사의 평균이익률 7%의 3배에 육박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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