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인원 약 1만5000여명. 연간 내방객 6300만명을 자랑하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트레이드타워·아셈타워·코엑스센터·코엑스몰)는 국내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는 건물로 유명하다. 지난해 소비한 전력 소비량만 해도 1억3100만㎾. 이는 강원도 태백시가 연간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양이다.
언뜻 보면 에너지를 잡아먹는 하마 같지만 코엑스는 에너지 절약과 관련해 가장 앞서나가는 건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에너지절약을 위한 다양한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인 코엑스를 직접 다녀왔다.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로 에너지 소비 최적화=코엑스는 지난 10년간 에너지절약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온 결과, 에너지 사용량과 건물면적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서도 2001년 7만3000톤CO₂에 달하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해 6만8000톤CO₂까지 줄였다.
코엑스는 나아가 온실가스 절감 3개년 목표를 수립, 에너지절약을 위해 허리띠를 다시금 졸라맸다. 2103년까지 전력·가스·수도 요금으로만 31억원을 절감하고 온실가스 약 1만톤CO₂를 절약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수립했다.
코엑스의 이러한 에너지절약 노력의 가운데에는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이 자리잡고 있다. 코엑스 에너지관리의 중심부인 관제센터에서는 BEMS로 현재 사용 중인 모든 설비와 전력·가스 등 에너지 소비현황을 모니터링한다. 나아가 외부온도 등 에너지 사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확인하고 이를 감안한 최적의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 BEMS의 역할이다.
일례로 건물 에너지 소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냉동기의 운전 또한 BEMS의 의해 결정된다.
전력원가를 따져 매시간 변하는 전력원의 가격을 비교해 흡수식·빙축열·터보 냉동기의 최적의 운전 조합을 찾아낸다.
코엑스 내 1만8300개의 공용 조명등의 점·소등 또한 BEMS의 몫이다.
무역센터의 BEMS 시스템은 기존 구축된 빌딩자동화시스템(BAS)과 함께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BAS에서 전기·가스·수도·냉방·난방·조명 등 주요 에너지 사용 정보를 축적하고 시간대별, 날짜별, 구역별 사용내역을 분석해 기상청으로부터 매 3시간마다 날씨 자료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아 최적의 냉난방, 조명 여건 등을 설정한다. BEMS는 시간대, 날씨 변화, 시설 및 용도에 따라 어느 시간대에 냉난방을 공급할지, 부하는 어떻게 설정할지, 어떤 방식을 사용할지를 결정해 최적의 에너지 소비를 유도한다.
코엑스는 BEMS를 도입해 연간 10억원 이상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있으며 ‘열원단가에 따른 냉동기 운전 방법’으로 특허등록까지 마쳤다. 코엑스가 자체 개발한 BEMS는 송도컨벤션센터, 포스코사옥, 강원랜드에도 보급됐으며 7000만~4억7000만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데 기여했다.
코엑스는 이와 함께 BEMS 개발 및 운영 기술을 바탕으로 입주 매장·사무실·전시장 등 최말단의 에너지 소비현황과 사용 패턴을 모니터링해 정보화하는 가칭 ‘필드형 스마트그리드’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신윤균 서비스지원본부장은 “코엑스 내부의 단일 매장 등 최말단의 에너지 소비패턴과 정보를 알면 보다 세부적인 에너지절감 방안이 도출될 수 있다”며 “코엑스센터는 물론이고 인근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에너지 종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관리의 테스트베드로=전시회장과 쇼핑공간이 자리잡고 있는 화려한 코엑스의 지하 한 켠에는 코엑스 전체의 에너지소비 현황을 알아볼 수 있는 관제센터와 축구장 크기만 한 에너지플랜트가 자리 잡고 있다.
직접 전력을 생산하는 가스발전기(2630KVA×3대), 디젤발전기(2200KVA×2대) 등 총 1만2290KVA의 발전설비는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7~9월에는 효자역할을 톡톡히 한다. 코엑스는 지난해 발전시설을 통해 최대 피크치를 약 4000㎾ 줄임으로서 연간 3억원가량의 비용을 절감하고 아울러 한전에서 실시하는 주간예고(자율절전)으로 8000만원가량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이 외에도 7대의 보일러와 18대의 냉동기, 370여대의 공조기기가 BEMS와 맞물려 코엑스의 냉난방을 책임지고 있다.
지하주자창에는 다양한 LED등 제품이 같은 조건에서 가동되고 있다. 동일한 조건과 시간을 가동해 가장 좋은 성능의 LED등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폐수를 재활용하는 중수처리시설 또한 코엑스의 자랑이다. 화장실에서 버려지는 폐수를 하루 500톤 정화해 하루 평균 약 110만원의 수도요금을 절약하고 있다.
환절기 때는 열교환기로 냉난방기를 가동하지 않고도 외부와 내부 공기의 온도 차를 이용해서 냉난방을 함으로써 하루 1000만원가량의 비용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전시장의 바닥은 기존의 전시용 카펫을 없앤 뒤 연마질을 통해 빛의 반사되는 정도를 크게 높여 조명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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