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개치는 스팸 앱, 오염된 페이스북

서울 중계동에 거주하는 주부 이미진 씨(30)는 최근 페이스북을 사용하다 낭패를 봤다. 자신의 페이지에 친구가 남긴 질문을 클릭했더니 이씨 지인의 페이지에도 같은 질문이 도배되기 시작한 것. 질문도 `이미진이 진실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이미진이 변태라고 생각하세요?` 따위의 낯 뜨거운 것이라 더 당황했다.

이씨는 "처음 친구가 나에게 질문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무심코 클릭했더니 이 난리가 났다"며 "사람들에게 스팸 메시지를 날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느라 한동안 고생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 스팸 메시지, 앱이 판치고 있다. 지인과 관계맺기를 좋아하고 상대적으로 지인 요청 수락하기를 좋아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자의 특성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앱이 세계 최대 SNS인 페이스북을 오염시키고 있다. 이씨를 괴롭힌 앱은 `Mystery Life`라는 앱. 언뜻 보면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퀴즈게임 앱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개인의 이메일, 생년월일, 지인 목록을 수집하는 앱이다. 페이스북에 가입돼 있는 특정 다수의 이용자에게 낚시성 질문을 던지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기 위해 앱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접속할 수 있도록 허가하면 자신의 정보를 빼간다. `Quiz taco` `Badoo` 등도 비슷한 종류다.

동시에 지인의 페이스북에도 자기 이름으로 스팸성 질문이 도배된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지인이 질문을 했다고 생각해 거리낌 없이 앱을 클릭해 자신도 모르게 피해자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 앱을 다른 사람에게 또 퍼뜨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기에 대한 질문에 친구가 어떻게 대답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포인트가 필요한데, 포인트는 신용카드로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금전적인 손해까지 볼 위험성도 있다.

이런 앱 개발자들은 빼낸 정보를 모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거나 다른 온라인 광고 등에 정보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유사한 스팸성 퀴즈를 발견한 사람은 관련 앱을 즉시 삭제하는 게 좋다. 퀴즈 글 오른쪽 상단에 마우스를 가져가면 `X` 버튼이 생기는데 이를 클릭하면 나오는 `… 차단`을 선택하면 된다.

스팸성 앱 제작자가 가장 큰 문제지만 페이스북의 허술한 앱스토어 관리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을 제공하는 페이스북 앱스토어는 60만여 개 앱이 등록된 세계 최대 앱 장터다. 30만개 앱이 등록된 애플 앱스토어의 두 배 규모다.

페이스북 앱스토어에서 이런 앱이 판을 치기 시작한 건 이미 지난해 말부터지만 페이스북은 앱스토어 등록 차단 등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매일경제 최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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