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꼬일 대로 꼬여버린 현안 풀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내부 직원 비리에 검사·감독 소홀, 늑장 대응 등 총체적 부실을 드러내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아온 당국이 이번 달에는 제대로 된 해결 방향을 찾아낼지 주목된다.
특히 저축은행 정상화와 매각, 론스타 적격성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판정 등 장기적 논란으로 이어질 사안들이 많아 당국의 판단과 결정이 금융사태 표면화 이전보다 훨씬 더 중요한 시점이다.
지난 2일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일제히 월례 간부회의와 임원회의를 열고, 최근 잇따른 금융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시장 정상화 노력을 내부적으로 다졌다. 따가운 외부 시선을 고려해 발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두 감독 수장들의 강력한 질책과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헛발·허수아비’ 감독 오명 씻을까=최근 검찰은 7조원대 불법대출과 분식회계, 횡령 등의 혐의로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61)을 비롯한 대주주와 주요 임원 등 10명을 구속하고,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대주주의 극에 달한 ‘모럴 헤저드’와 범죄행위에 철퇴를 가하면서, 감독당국에 대해서도 일부 책임을 지웠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전 정부와 현 정부간 책임논란이 벌어지긴 했으나, 어차피 감독기관의 인력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현재의 감독당국이 책임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부실 덩어리 저축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결정과 판단은 저축은행 파산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더큰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론스타 적격성 ‘위험한 외줄타기’=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에 있어 결정적 절차인 론스타에 대한 적격성 판정이 이 달로 넘어왔으나, 이달 안에 결론이 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증권사의 종업원이나 사용인(직원)이 증권거래법을 위반했을 때 회사에도 동일한 처벌을 가하는 양벌규정이 위헌이란 결정을 내렸지만, 여론은 오히려 론스타 쪽에 불리하게 흐르고 있다.
하나금융 측은 이 판결을 지렛대로 대주주 적격성을 부각하려 했으나, 법조계에선 오히려 증권사의 일임매매를 담당한 직원과 기소된 론스타 대표와는 차원이 다른 결정라인에 있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 사건은 이번 헌재 판결과는 관련이 없다. 과도하게 연결지으려 한다면 오히려 문제가 될 것”이라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론스타에 대한 적격성 판정을 이달 안에 내리지 못하면 론스타는 오는 24일 이후 하나금융과의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그럴 경우 하나금융은 계약 지연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에 쫓겨 금융당국이 섣부른 결정을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서울고법에서 론스타에 대한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판결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진호·박창규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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