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어게인, 팹리스 전성기 멤버 다시 팹리스 이끈다

 팹리스 업계의 스타들이 컴백했다. 휴대폰용 베이스밴드 모뎀을 국산화했던 전성환 전 이오넥스 사장, 아날로그디바이스에 인수된 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의 고범규 사장·김보은 소장 등은 모두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핵심기술로 팹리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들이다. 수년 전 시스템반도체 업계의 기대주로 떠올랐던 이들이 다시 팹리스(공장없이 설계만하는 회사)를 창업하며 ‘팹리스 부흥’을 이끌 태세다.

 팹리스 업계는 코아로직·엠텍비젼 등 2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고속성장을 달리던 2006년을 전후해 전성기를 맞았으나, 이후 시장 변화와 함께 주춤했다. 하지만, 새로운 주자들이 나타나 팹리스 산업을 이끌면서 새로운 희망이 싹텄다. 이러한 가운데 옛 주역들이 다시금 팹리스를 창업해 다소 침체된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전성환 전 이오넥스 사장은 알피언이라는 회사를 창업해 다시 한번 베이스밴드 모뎀 국산화에 뛰어들었다. CDMA 모뎀칩을 개발한 이오넥스는 퀄컴의 대항마라는 기대 속에 기술력을 키워갔으며 실제 상용화에도 성공했지만, 미세공정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를 이어가지 못해 아쉽게 문을 닫아야 했다. 하지만, 이오넥스를 통해 100명에 달하는 엔지니어들이 모뎀 칩 개발이라는 값진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전성환 사장과 당시 함께 했던 엔지니어들이 주축이 돼 알피언을 창업했다. 이 회사는 4세대 베이스밴드 모뎀 칩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는 2006년 팹리스 업계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미국 대형 반도체 회사에 M&A된 회사로 이름을 날렸다. 모바일 RF칩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던 이 회사는 당시 1억6000만달러에 매각됐다. 이 회사를 이끌었던 CEO와 연구소장이 최근 팹리스 창업으로 컴백했다.

 김보은 전 연구소장은 아나로그디바이스에서 다시 RF사업을 인수해 라온텍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아나로그디바이스는 DVB-H를 비롯한 모바일TV 시장을 염두에 두고 인티그런트를 인수했으나 유럽의 DVB-H 프로젝트가 중단되자, 아나로그디바이스 소속이던 김보은 소장 등이 이 사업부를 인수했다. 이렇게 탄생한 라온텍은 최근 소자까지 집적시킨 모바일TV용 원칩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고범규 대표도 팹리스에 재도전했다. RF 분야의 새로운 시장을 겨냥해 하이딥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이들 뿐만 아니라 한동안 시련을 겪었던 팹리스 업체들도 재기를 노리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코아로직·엠텍비젼과 함께 트로이카로 불리웠던 토마토LSI는 터치센서를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적자에 허덕이던 EMLSI는 5배 넘는 매출 신장세를 보이며 부활했다. 또, 코아로직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로, 엠텍비젼은 NFC 등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으로 성장 기회를 다지고 있다.

 김보은 라온텍 사장은 “라온텍은 합병 당시 국내 시장 모바일TV 점유율 1위였던 인티그런트의 기술력과 글로벌 기업 아나로그디바이스에서 배운 조직문화 등을 모두 축적한 회사”라며 “이런 노하우가 시장에 필요하다고 생각해 창업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팹리스 어게인, 팹리스 전성기 멤버 다시 팹리스 이끈다
김보은 라온텍 사장
김보은 라온텍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