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구소·대학·테크노파크 등 기관에서 요청한 3000만원 이상 고가 연구개발(R&D) 장비 예산에서 ‘거품’을 빼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에 ‘연구장비관리단’을 설치하고, 지경부가 지원하는 3000만원 이상 R&D 장비의 도입 심의, 구매 및 공급, 유지·보수, 재활용(회수·재배치·폐기)까지 전 주기 통합관리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장비 도입 심의를 5개 평가기관별로 진행하다 보니 필요 이상 고성능 장비가 구입되고 장비 가격이 부풀려지는 등 예산이 낭비되는 데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R&D 연구장비 관리체계에 대한 혁신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왜 통합 관리하나=그동안 지경부 연구장비 도입 심의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너지 기술평가원 등 5개 기관이 분산, 진행했다. 심의를 마치면 개별 장비는 230개가 넘는 연구소·대학 등의 사업 수행기관이 개별 구매했다.
이에 따라 심의 단계에서 장비 도입 타당성·중복성 등을 검토할 종합적인 심의단계가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동일한 장비를 놓고 심의 기준도 편차를 보이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지경부는 사업 수행기관이 개별 구매한 탓에 공동 활용이 가능한 장비를 신규 구매하고 가격 부풀리기 등 도덕적 해이 현상마저 발생한 것으로 평가했다. 각 수행기관 예산과 전문성 부족으로 적시에 유지·보수가 어려워 장비수명이 단축되고 활용도가 저하되는 문제도 있었다.
◇연구장비관리단 발족=지경부는 5곳의 심의 기능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연구장비관리단에 통합하면서 월 2회 통합구매 공고를 통해 일괄 구매하기로 했다. 연구장비관리단에 30여명의 인력을 두고 공모·추천 등을 받은 300명의 심의위원 풀을 구축해 전문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장비 활용 현황을 온라인으로 실시간 파악하는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한다. 우선 올해 도입하는 신규 장비를 대상으로 하고 기존 장비는 단계적으로 모니터링 시스템에 묶기로 했다. 이를 통해 사용빈도가 매우 낮거나 장기간 가동 정지한 장비는 다른 기관으로 재배치되거나 공동 활용 장비로 전환하기로 했다.
◇기대 효과는=이번 조치로 정부 R&D 사업 투자 효율성이 증대될 전망이다. 지난 2009년 지경부 R&D 예산 약 4조원 가운데 장비가 9.6%를 차지했는데 예산 집행 과정에서 낭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통합구매에 따른 바잉파워를 확보함으로써 장비공급사와의 관계에서 가격 협상력이 제고되고, 절감한 예산은 수행기관이 구매한 장비의 유지 보수 비용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또 수행기관은 장비 구매 관련 부대업무 감소와 공동 활용 장비 확충으로 연구 집중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국산 장비 구매를 유도해 기반이 취약한 국산 장비 산업 활성화도 가능하다는 게 지경부 측 설명이다.
정양호 산업기술정책관은 “R&D 장비의 전주기 통합관리를 통해 향후 5년간 약 1800억원에 이르는 예산 절감 등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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