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3일 “동반성장은 법이나 제도로 강제한다고 되지 않는다”라며 “정부는 기업을 잘 되게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제 5단체장을 청와대로 불러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하고 “어떻게든 그 원칙을 지켜나간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찬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연기금을 통한 대기업 견제 등 일련의 ‘대기업 때리기(?)’로 비춰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오해를 풀고 상호 이해를 높이기 위한 자리다.
이 대통령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과 관련, “(대기업) 총수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배려하면 문화가 바뀔 수 있고 그것이 큰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법이나 제도로 강제한다고 되지 않고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네 돈, 내 돈 구분하지 않는 회계문화를 바꾸는 등 경쟁력과 경영 투명성이 높아져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또 “기업이 국민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우리 사회가 제대로 돌아간다고 본다”고 전제한 뒤, 물가대책과 관련해 “기업들이 협조를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가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수출이 잘되고 있고 산업가동률도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요인이 있으나 내수를 좀 더 진작해야 하고 물가도 많이 신경써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이 참석했다.
[뉴스의 눈]공동발전 문화, 이제는 기업 스스로가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경제5단체장에서의 회동에서 던진 핵심 메시지는 경제계가 높아진 국격에 걸맞게 한단계 선진화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이 정부 또는 누군가가 아닌 기업 스스로 노력을 통해 달성할 수 있도록 하자는 당부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서면서 우리나라는 전세계가 놀라워할 정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기업 그리고 수많은 협력 중소기업 덕분이다. 해외에서는 한국의 이런 성과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높은 관심을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매년 연례행사를 치르듯이 대·중소기업 상생과 동반성장 방안에 대해서 고민하고 토론하며 때론 격하게 대기업과 중소기업계가 신경전을 벌인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이제는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될 문제였다면 이미 해결됐을 것이다. 더 이상 헛되이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국내에서의 반목은 전세계 시장을 호령해야 할 대기업 그리고 이들과 함께 세계적인 기술수준을 맞춰야 할 중소기업들에게 긍정적 요인은 하나도 없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이 중소기업계를 직접 찾아갈 것을 주문했고, 이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그런 자리를 만들어보도록 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허 회장 입장에서는 편치 않은 자리겠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이 제안해야 피치 못해 갈 자리는 아니다. 대통령 제안 없이 자발적으로 중소기업계를 찾아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대기업의 놀라운 경영성과를 중소기업계가 높이 평가할 수 있는 그런 문화가 우리에게 진정 필요하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