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예고없이 방문, 간부 직원들과의 면담에서 최근 저축은행 사태로 드러난 감독 부실에 대해 ‘서릿발’ 같은 질책을 내렸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러분이 한 역할에 대해서, 부산저축은행 등 대주주와 경영진이 용서받기 힘든 비리를 저지른 것을 보면서, 저 자신도 국민들도 분노에 앞서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 대통령은 또 “(여러분이) 문제를 못찾은 것인지, 안찾은 것인지 알 수 없다”면서 “10~20년보다 훨씬 전부터 이런 관습은 눈에 보이지 않게 있었고 그것이 쌓여서 오늘 이러한 문제로 발생한 것”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나타나지 않지만 곳곳에 이런 비리와 문제가 잠복해 있을 것”이라며 “여러분은 조직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것은 정부의 지적이 아니라 국민의 지적”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금융은 신용과 신뢰과 떨어지면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신용이 생명인데 신용으로 감독하는 기관이 신용이 추락되면 이것은 중대한 위기이고 모든 금융산업과 관련돼 있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국정 핵심기조인 ‘공정 사회’를 언급하며, “서민들이 낸 세금까지도 몇몇 대주주와 힘을 가진 사람, 더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보상한다면 그것은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면서 “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존을 위한 어떤 비리가 아니라 권력을 갖고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저지른 비리는 용서받아서는 안된다”면서 “조직이 살기 위해 편법으로 여러분들이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제도와 관행을 혁파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불행히도 여러분이 그간의 경륜과 경험을 갖고 대주주 비리에 합세했다”면서 “높은 수준의 급료를 받고 공직에서의 경험을 은퇴 이후 나쁜 관습에 (활용하는데) 합세했다는 것은 남아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조차 국민에게 나쁜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깨끗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여러분 모두 오랫동안 10~20년 전 여러분의 선배 때부터 관습에서 감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시정되지 않고 그 전통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국민 전체의 분노보다 내가 더 (분노를) 느낀다”면서 “금감원의 역할에 대해 신뢰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자기 희생을 통해 그런 것(철저한 감독)이 이뤄지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또 “여러분의 손으로만 (개혁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새로운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이번 기회에 관습을 버리고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방문은 금감원 출신의 전직 간부가 이메일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직원들이 퇴직 후 자신이 갈 자리를 관리하는 등 불법, 탈법 행위가 관습처럼 이뤄진다는 제보를 한 것이 계기가 돼 최근 참모진에게 금감원 방문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방문에는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 김대기 경제수석, 홍상표 홍보수석 등이 수행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