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아연 2차전지’가 전기차 시장을 노크한다.
EMW(대표 류병훈)는 이달 중 전기차에 공기·아연 배터리를 적용해 서울에서 대전까지 왕복하는 차량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
이 업체는 지난해부터 전기차 배터리 시장 진입을 목표로 제품 개발에 집중해왔다. 주행 실험에는 류병훈 사장이 직접 운전자로 나선다.
류 사장은 “일반 평지에서 오래 달리는 것보다는 실질적인 운전 환경에 적합한지를 검증하는 것이 필요했다”면서 “당초 경기장 트랙에서 실험하려다가 오르막·내리막·커브 등이 많은 일반 도로에서 테스트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기·아연 전지는 EMW의 관계사인 EMW에너지가 지난해 개발한 제품이다. 미국 일렉트로퓨어셀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개발에 성공했지만, 상용화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지난해 셀을 배열한 전지 팩 개발에 성공했고, 최근 전기차에 적용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력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아연 전지는 기존 리튬이온 전지(400kg 기준)에 비해 주행 거리가 두 배 이상 길고, 폭발 및 방전의 위험이 없어 차세대 소재 기술로 주목을 끌고 있다.
<뉴스의 눈>
공기·아연 전지는 리튬이온 전지보다 폭발 위험이 적기 때문에 미국, 이스라엘 등에서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제품이다. 기술의 핵심은 아연 덩어리를 막으로 촉매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공기를 차단하는 것이다. 막을 제조하는데 비싼 백금이 사용되기 때문에 일반 전자제품에 적용되기 힘들었다.
EMW에너지는 기존 백금 소재를 대체하는 복합소재 개발에 성공해 상용화 가능성을 열었다. 현재 이 업체는 미군 통신연구소와 무전기, 무인항공기 등에 적용하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EMW는 장기적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 진입해 충전하는 방식이 아닌 배터리를 교체해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소모된 배터리는 아연이 산화아연으로 변하는데, 이를 환원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중앙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충전해서 주유소 등 일정 공간에 교환소를 설치한 다음 배터리 팩만 교체해주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 상용화에는 많은 기술적 걸림돌이 놓여있다. 우선 리튬이온보다 무거운 무게와 부피다. 일반 저속형 전기차에 적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에는 6팩 정도가 들어가는데, EMW 제품은 15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직 셀 배터리를 배열하는 기술이 완벽하지 않아 전기 제어가 어려운 것도 문제다. 수백 개의 배터리 셀은 전기차를 구동하기 위해서 안정적으로 전기를 발생시켜야 하는데, 일부 셀에서 불량이 발생한다. 불량 셀은 주변의 셀에 영향을 줘 전압을 떨어뜨리고, 팩 전체의 불량 원인이 된다.
리튬이온 전지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SW로 셀, 팩 단위의 배터리를 제어할 수 있는 상용 기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